역대 최악의 1월 무역적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중국 수출 부진과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가 겹친 탓이다. 설 연휴에 따른 조업 일수 감소도 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1월 수출 성적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쳐온 반도체(수출액 1위), 중국(수출국 1위)이라는 양대 축이 큰 부진을 보이면서 우려를 키웠다. 수출의 두 축이 꺾이면서 전체 수출도 전년보다 16.6% 줄어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5월(-23.7%) 이후 가장 부진했다. 우리나라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10품목이 마이너스 성장했고, 9대 수출 지역 중 7곳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정부가 꼽은 5대(농수산식품·화장품·패션의류·생활유아용품·의약품) 유망 소비재 수출도 일제히 역성장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구인 중국 상하이항에 수출품을 실은 컨테이너들이 가득 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수출 양대 축 반도체·중국 심각한 부진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반 토막에 그치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까지 떨어졌다. 12.8%를 기록했던 2016년 11월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다. 반도체 수출은 2017년 10월 월간 기준 처음으로 전체 수출 중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부동의 1위를 이어갔지만, 지난달 수출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비율도 급격히 위축됐다.

대중(對中) 수출은 지난달 91억7000만달러로 10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보다는 제로 코로나 방역 여진에 따른 수요 부진과 춘제 연휴 효과가 수출 급감의 원인이 됐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19.8%로 떨어졌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한때 월간 기준 30%까지 차지했던 중국 비율이 20% 아래를 기록한 건 2008년 12월(17.4%) 이후 14년 만이다. 대중 수출이 급감하면서 대중 무역적자도 39억7000만달러로 월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 8월(1400만달러 적자) 이후 28년 동안 매달 대중 무역흑자를 기록해오다 작년 5월 적자로 돌아섰다. 1월 대중 무역적자는 이전 최고치였던 작년 10월의 3배가 넘는다.

특히 1월 중국 반도체 수출은 46.6% 감소한 반면 이차전지 수입이 124% 급증해 대중 무역적자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리튬·니켈 등 배터리 소재 수입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의 점유율이 20%대까지 올라왔다”며 “중국 반도체 수출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1월 무역수지 적자 확대의 또 다른 주범은 에너지 수입 증가다. 지난달 수입은 2.6% 감소했지만, 에너지 수입은 158억달러로 전체 수입의 26.8%를 차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 10년간 1월 평균 수입액(103억달러)과 비교하면 50억달러 이상 많은 규모”라며 “특히 가스는 67억7000만달러가 수입되며 평균 수입액(30억5000만달러)의 두 배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수출, 무역수지 저점은

국내 경기 흐름, 기업 실적 개선과 연관되는 수출 경기 반등과 무역수지 적자 감소는 이르면 2분기나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역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느냐가 관건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올해를 저점으로 내년부터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 하반기에는 서버 수요를 비롯해 반도체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상반기는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무역적자도 1월을 바닥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수출 경기가 강하게 반등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최소 1분기를 최악으로 수출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월 수출입 동향은 아직 우리 경제가 극심한 한파의 한가운데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며 “여러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1월을 지나면서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