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우리나라 무역수지(수출-수입)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작년 3월 이후 11개월 연속 적자를 낸 것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무역 적자와 수출 감소세가 새해에 더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6% 감소한 462억7000만달러(약 57조원), 수입은 2.6% 감소한 58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인 126억9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무역 적자(474억7000만달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월간 규모로 100억달러 이상 적자를 낸 것은 IMF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없던 일이었다.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쳐 온 두 축인 반도체와 중국 수출이 크게 부진했고 에너지 수입은 과거 10년 평균보다 50% 늘어난 탓이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1월(108억달러)보다 44.5% 급감한 60억달러로 2016년 12월(59억달러) 이후 가장 부진했다.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중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31.4% 줄어든 91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대중 수출이 월 100억달러를 밑돈 건 코로나 팬데믹 충격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2월(88억2500만달러) 이후 처음이다. 대중 무역 적자는 39억7000만달러로 작년 8월의 사상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반도체와 대중 수출이 나란히 부진하면서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13%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대중 수출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졌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통상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18~20%, 중국 수출은 25%를 차지해왔지만 수출액과 비율이 동시에 줄어들었다”며 “중국 경기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마저 경기 둔화 여파로 급감하면서 설상가상인 형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