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연신내에서 24시간 고깃집을 운영하던 전모(39)씨는 최근 영업시간을 2시간 단축해 오전 8~10시 문을 닫는다. 구인난으로 새벽~아침 시간대 직원 구하기가 힘든 데다 코로나 팬데믹 후 심야 시간에 식당을 찾는 손님도 줄었기 때문이다. 전씨는 새벽 시간대 추가 영업 단축을 고민하고 있다. 늘어난 인건비, 전기·가스료 부담 때문이다. 전씨는 “가게가 ‘24시간 고깃집’으로 알려져 있어 영업시간을 단축할 때 고민이 컸다”며 “하지만 이달부터 택시비까지 오르며 새벽 손님이 더 없을 것 같아 추가 단축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원자재 값, 인건비, 난방·전기료 같은 각종 비용이 치솟자 ‘24시간’ ‘연중무휴’ 간판을 단 식당들이 사라지고 있다. 오후 2~3시를 ‘브레이크 타임’으로 정해 낮 시간대 문을 닫는 상점도 늘었다. 자영업자들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음주 문화가 코로나를 계기로 사라지고 난방비·전기 요금마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폐업하지 않으려면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게 안내문엔 "오후 10시까지만 영업" - 6일 서울 중구의 한 순댓국집에 영업시간을 변경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 식당은 원래 24시간 운영해 왔으나 현재는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구인난에 최근 난방비까지 오르며 영업시간을 줄이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김지호 기자

◇'24시간 영업’ ‘연중무휴’ 사라져… 편의점 24시 점포도 감소 추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식당도 24시 영업을 해오다가 작년 10월부터 오후 9시에 가게 문을 닫는다. 이 식당 관계자는 “영업시간이 길수록 적자라 일찍 문을 닫는 것”이라고 했다. 부산 강서구의 한 24시간 콩나물국밥집도 지난달부터 오전 5시~오후 8시까지만 영업하고 있다. ‘연중무휴 영업’의 상징이던 편의점들도 영업을 단축하고 있다. GS25의 경우 24시간제로 운영하지 않는 가맹점 비율이 2018년 13.6%에서 지난해 19%로 늘었다.

24시간 영업점이 아닌 일반 식당의 경우 휴일을 늘리거나 영업 중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한 삼계탕집은 작년 9월부터 매우 월요일엔 문을 닫는다. 업주 이현수씨는 “주방에서 LPG를 연료로 쓰는데 작년 12월 비용이 1년 전의 2배인 100만원 정도가 나왔고 한 달 전기료마저 100만원이 넘는다”며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정비는 폭등하고 고금리 여파에 건물 임차료까지 뛰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중목욕탕도 매일 영업 종료 시간을 오후 8시에서 오후 5시 30분으로 앞당겼다. 경기 포천시 한 산업 단지 인근 한식집은 이른 오후에 문을 닫는다. 산업 단지 공장들의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직원들이 야근을 하지 않아 저녁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손님들도 “서빙은 늦고, 추운데 난방도 안 해줘” 불평

영업시간이 단축된 줄 모르고 늦은 시간 식당이나 카페를 찾은 손님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또 구인난으로 식당마다 직원이 부족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거나, 난방을 제대로 안 한다는 불만도 잇따른다. 한 중소기업 대표 김모(69)씨는 “강남에 자주 찾던 갈비집을 최근에 방문했는데 ‘직원이 부족하다’며 2층 한 층 영업을 통째로 하지 않았고, 음식도 전보다 늦게 나왔다”며 “실내 온도를 낮추는지 식사하며 춥다고 느껴지는 식당도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고물가 때문에 매출은 줄고 있는데 인건비와 전기 요금·난방비 등 각종 공과금이 줄줄이 올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업무 난방용 가스 도매 요금은 MJ(메가줄)당 34.69원으로, 1년 전인 2021년 12월(22.01원) 대비 57.6% 급등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일 공개한 긴급 실태 조사에서도 ‘사업장 운영에 있어 난방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한 소상공인이 99%에 달했다. 1년 전과 비교한 매출 변동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5.1%가 ‘감소했다’고 했고, 96.9%가 ‘같은 기간 난방비는 증가했다’고 답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매출은 하락했는데, 난방비는 상승하면서 어려움이 크게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