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글로벌 해상풍력 1위 기업인 ‘지멘스 가메사(Gimense Gamesa)’와 해상풍력 분야 기술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2005년 풍력사업 시작 후 국내 해상풍력 최다 공급 실적을 가진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점유율 1위인 지멘스 가메사와 해상풍력 조립·시공·유지·보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재생에너지 중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풍력 발전이 최근 글로벌 기업의 국내 투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2021년 7.1%→2036년 28.9%) 바람을 타고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새해 들어 업계에 호재가 이어지면서 풍력 산업 외에 철강 등 연관 산업도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2036년까지 풍력 20배 확대

HD현대의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은 세계에서 가장 큰 15MW(메가와트)급 풍력 터빈 제조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GE리뉴어블에너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12월 파트너십을 맺고 풍력 터빈의 핵심 부품인 ‘나셀’과 발전기의 국내 생산을 맡기로 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추진한다. 지난 1월 ‘CES 2023′에선 현대중공업도 추가 MOU를 맺고 협력 분야를 그린 수소,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까지 확대했다. 바닷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 사업에서도 GE의 해상풍력으로 만든 전력을 활용하는 게 목표다.

SK그룹 계열 해상풍력 구조물 업체인 삼강엠앤티도 지난 1일 사명을 SK오션플랜트로 바꾸고, 사업 영역을 부유식 해상풍력과 해상변전소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풍력 터빈 분야 세계 1위 덴마크 베스타스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3억 달러 투자를 신고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의 한국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베스타스는 울산과 전남 두 곳을 생산공장 유력 후보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공장 유치를 위해 폐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정책도 업계에 긍정적이다. 지난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21년 7.1%인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6년 28.9%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1.8GW 규모인 풍력발전 설비를 2036년까지 20배 늘어난 34GW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풍력발전 설비를 매년 현재 연간 설치 규모보다 10배 넘게 늘려야 하고, 2030년까지는 매년 2.2GW(국내 원전 약 2기 설비 용량) 규모의 신규 설비가 필요하다.

◇철강업체들도 새 시장 공략

국내 철강업계도 풍력발전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있다. 선박 건조에 쓰였던 후판 등 각종 철강재가 풍력발전 타워 및 하부구조물에도 쓰이면서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거친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강도와 내구성을 강화한 풍력발전기용 ‘그린어블 윈드’ 후판을 생산해 오스테드, 베스타스 등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작년에는 에너지전문인증기관으로부터 글로벌 철강사 최초로 ‘신재생 에너지용 후판’ 생산 공장 인증도 획득했다. 유럽·대만·인도·터키 등에 해상풍력용 후판을 공급하는 현대제철은 앞으로 해상풍력을 비롯한 에너지 강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전담 대응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