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합상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시장이 위축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 오히려 호재가 된 데다 신사업 투자를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효과도 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7% 늘어난 37조9896억원, 영업이익은 23% 늘어난 9025억원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달 합병한 포스코에너지를 합하면 영업이익 1조1740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들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도 지난해 매출 20조2180억원, 영업이익 397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17%, 34% 증가했다. 매출은 2002년 이후,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다. LX인터내셔널은 매출 18조7595억원, 영업이익 9655억원을 거뒀는데 각각 전년보다 12%, 47% 늘며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냈다. 현대코퍼레이션도 지난해 매출이 62% 증가한 6조1269억원, 영업이익은 91% 증가한 66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종합상사들은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3분기까지 본업인 트레이딩(고객사와 제조사 간 중개) 사업에서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특수를 누리면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호재였다. 원자재 값이 오르면 이를 수입하는 제조기업은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중개를 하는 종합상사는 마진이 더 커진다. 지난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오르면서 달러 강세 수혜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트레이딩 사업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신사업을 확대해 온 것도 상사들의 실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는 LNG(액화천연가스) 저장·발전 분야 그룹 계열사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합병하고 삼성물산은 미국 태양광·수소 사업을 확대하며 에너지 분야 투자를 늘렸다. LX인터는 인도네시아 니켈 채굴 사업에 참여하며 자원 개발에도 나섰다.
하지만 상사 업계가 올해도 지난해 같은 호황을 누릴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소비가 축소되고, 최대 실적의 주동력이었던 높은 원자재 값, 고환율 요소가 사라진 탓이다. 글로벌 경기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2년 8개월 만에 1000선이 무너졌다. 실제 LX인터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영업이익은 24% 떨어졌다. 포스코인터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 14%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