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대한항공이 마일리지(보너스 항공권) 제도를 개편한다. 대한항공은 멀리 갈수록 공제 기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세분하고 사용처를 넓혔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개악(改惡)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살 때 장거리 노선일수록, 좌석 등급이 높을수록 이전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쓰지 못한 마일리지를 사용하려는 여행객이 몰려 마일리지 항공권 발권조차 어려워진 상황에서 제도 개편까지 겹치자 불만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 4월부터 마일리지 개편하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공제 기준 세분”
대한항공은 그동안 국내선은 편도 5000마일, 국제선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시아, 북미·유럽·중동 등 네 지역으로 나눠 마일리지를 공제해왔다. 4월부터는 실제 운항 거리별로 10구간으로 나눠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세분화다.
예를 들어 제도 개편 전 ‘인천~뉴욕’ 항공권(편도 기준)을 구매할 때 필요한 마일리지는 이코노미석 3만5000마일, 프레스티지석 6만2500마일, 일등석 8만마일이었다. 그런데 4월부터 같은 항공권을 구매할 때 각각 4만5000마일, 9만마일, 13만5000마일이 필요하게 된다. 또 인천~뉴욕 이코노미석을 산 뒤 프레스티지석으로 등급을 높일 때, 종전에는 4만마일을 공제했지만 앞으로는 6만2500마일이 필요하다.
중국·일본 등 단거리 노선은 마일리지 공제가 줄어든다. 인천~삿포로 노선 이코노미 좌석은 1만5000마일에서 1만1250마일로, 인천~하노이 노선은 2만마일에서 1만7500마일로 공제 마일리지가 줄어 혜택이 커졌다. 대한항공은 “이용 비율이 높은 단거리 노선에서 더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또 마일리지 사용처를 크게 늘렸다. 최근 교보문고와 제휴해 마일리지로 책을 살 수 있게 했고, 이마트와 메리어트호텔 등에서도 마일리지를 쓸 수 있다. 또 다음 달 2일까지 자사 홈페이지에서 ‘스카이패스 딜’ 기획전을 열고 디지털 가전과 가방, 커피 모바일 쿠폰 등 총 32품목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들 “마일리지로 가려던 뉴욕 여행 포기해야” 부글부글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번 개편이 ‘개악’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보통 마일리지를 모아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은 비행기표 값이 비싼 중·장거리 노선인데, 이 구간에서 마일리지 공제가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일본 등 단거리 노선은 저비용 항공사(LCC)를 이용하면 싸게 항공권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한항공의 ‘인천~도쿄’ 편도 노선(4월 1일 기준) 가격은 최저가가 30만원이지만, LCC는 25만원이다. 대한항공에 8만5000마일리지를 가지고 있다는 임모(31)씨는 “여름휴가 때 유럽이나 미국 가려고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날벼락을 맞았다”며 “일본·동남아 여행을 갈 때는 가격이 싸고 노선 시간대가 다양한 LCC 항공사들을 이용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은 “유학 중인 아들의 방학 귀국에 맞춰 뉴욕~인천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끊으려고 1년 전부터 시도해도 계속 ‘대기’로 걸렸다”며 “가뜩이나 마일리지 항공권 구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식으로 개편하니 차라리 마일리지 제도를 없애버렸으면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는 지난 2020년 마일리지 개편안이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심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마일리지 사용처가 늘어난 것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항공권 구매 외에 마일리지를 사용할 경우 마일리지당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마일리지 몰 ‘스카이패스’에서 4500원짜리 커피 쿠폰(560마일)을 살 때 1마일리지의 가치는 8원, 교보문고에서 1만원짜리 책(1400마일)을 살 때 1마일리지 가치는 7원이다. 제도 개편 전 ‘인천~뉴욕’ 일등석을 마일리지로 발권했을 때 1마일리지 가치는 91원으로 10배 넘게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