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정부 조달 시장 진출 설명회’가 열린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관심 있는 기업 약 300곳이 참석하는 이날 행사에는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참석해 자국 정부의 공공 조달 관련 정보를 전달한다. 주최 측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재건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그린에너지, 도로 긴급 복구, 방위 산업, 학교·병원 건립 등 여러 분야에서 재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해외건설협회와 법무법인 율촌도 이달 24일 공동 웨비나를 열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에 관심 있는 국내 기업들에 계약 체결 관련 제도와 법령을 소개하고 분쟁 해결 방안도 점검한다.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 사업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종전이나 정전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토 재건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우크라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특히 재건 사업 중 핵심인 사회기반시설 조성과 원전 등 인프라 구축에서 한국 기업은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우크라 재건의 키를 잡고 있는 유럽 주요 국가들이 재건 모델로 ‘한강의 기적’을 언급한 것도 유리한 요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건 사업 민간 투자 확대하는 우크라, 제2의 마셜플랜
우크라 정부는 민간 자본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수도 키이우에서 미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주최한 투자 행사에 영상으로 참석했다. 글로벌 대기업, 투자회사, 금융사 등 200여 기업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전후(戰後) 재건을 위한 민간 자본 유치가 논의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후 사업에 대한 개방을 약속하면서 “사업과 투자는 어느 한쪽만 이익이 되어선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투자하고 돈을 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년 7월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산한 전후 재건 사업 규모는 무려 7500억달러(약 980조원)에 이른다. 당시 발표한 총 3단계 재건 계획에 따라 2023~2025년을 ‘전후(post-war)’ 기간으로 정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임시 주택, 학교·병원 건립을 위해 올초부터 민간 투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서 2만3000㎞ 이상의 도로와 300개 이상의 교량, 630만㎞의 철도망 및 41개의 철도 교량이 파괴되거나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 의료시설 1218곳이 공격받았고 병원 173곳은 완전히 파괴돼 의료시설 복원에만 최대 1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추산한다.
◇韓기업 ‘이라크 재건 경험’, 우크라 부정부패는 리스크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이라크 재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우크라 재건 사업 참여를 전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라크 알 포 신항만(대우건설 컨소시엄), 바그다드 경전철(현대건설), T-50훈련기(한국항공우주산업), 가스오일플랜트(삼성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건 사업 참여 경험이 있다. 작년 스위스 루가노 회의에도 아시아권에선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재건 사업에서 한국 역할 기대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6일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김형태 주(駐)우크라이나 대사를 만나 러시아 전쟁으로 파괴된 에너지 시설 복원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전쟁 장기화 등 불안 요인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2021년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180국 중 122위였다. 재건 사업 규모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지만 불안정한 정치 상황까지 맞물려 사업이 지연되거나 자금 회수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지난 1~2월에만 주지사, 국방부 차관 등 고위 인사 10명을 교체하며 부패 척결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