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하는 석유·화학·철강산업에서 기존의 4조 3교대제 대신 4조 2교대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61년 만에 4조 2교대를 전면 도입했고, LG화학도 올 상반기 내에 여수공장에 4조 2교대를 시범 적용한다. 현대제철도 노사가 4조 2교대 도입에 합의하고, 곧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4조 2교대 확산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 저연차 직원들을 중심으로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도 몰아서 쉬자”는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4조 2교대는 근무조를 4개로 나눠 주·야간 12시간씩 교대하는 형태로 이틀 일하고 이틀 쉴 수 있다. 그간 주력 근무 형태였던 4조 3교대는 하루 8시간씩 근무하며 3일 일하고 하루 쉬는 구조다.
하지만 50대 이상 고연차 근로자를 중심으로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건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반대 목소리가 불거지면서, 새로운 교대 근무제가 세대 갈등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한화솔루션 노동조합이 최근 여수공장 근무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4조 2교대 관련 설문조사에서 52%의 찬성과 48%의 반대로 도입 논의가 부결되기도 했다. 50대 이상 고연차 직원에서는 80%에 육박하는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부터 4조 2교대를 전면 도입한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창립 이래 61년 만에 근무 제도를 바꾼 것이다. 특히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틀 집중해서 근무하고 이틀 연이어 쉴 수 있어 좋다”는 환영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앞서 에쓰오일(S-OIL)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이 같은 4조 2교대 근무제를 채택하는 등 장치 산업인 정유·석유화학업계에서 확대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2011년 4조 2교대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당시 최고경영진은 “직원들이 퇴근 후 자기 개발에 힘 쏟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현장 직원들은 “8시간 근무에서 12시간 근무로 늘어나는 게 힘들다”며 반발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4조 2교대 체제에서는 직원들의 안전·역량 교육 시간 확보가 힘들다는 이유로 회사 측이 근무 제도를 다시 4조 3교대로 바꾸려고 했지만, 이틀 연속 쉬는 데 익숙해진 직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4조 2교대에 대한 지지는 저연차 직원이 많은 사업장일수록 높다. “한번 출근해 길게 근무하니까 출퇴근 횟수가 줄어 통근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 좋다” “가족·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사업장 내 고연차 직원들 사이에선 “연차휴가 간 직원 대신 투입되는 경우도 있는데 12시간 연속 근무에서는 대체 근무가 체력적으로 힘들다” “12시간 연속 근무하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져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달갑잖은 반응이 많다.
젊은 직원들의 요구를 수용한 기업들도 “4조 2교대가 마냥 좋은 건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2교대로 전환하면 당일 출근 가능한 사람이 줄어 비상 상황에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져 생산성과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취지와 달리, 실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4조 2교대를 도입한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휴일이 길어지다 보니 오히려 근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업무 교대 때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전 이슈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