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진모씨는 지난 13일부터 요금을 기존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인상했다. 1월 들어 가스 요금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진씨는 “작년 11~12월 가스 요금이 1달 780만원 정도였는데 1월 고지서를 보니 1500만원이 나왔더라”며 “코로나를 겪으며 하루 200명이 넘던 손님도 130~140명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가스 요금까지 올라버리니 이제는 사업을 접어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했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1~2월 사이 폐업하겠다는 목욕탕이 서울에서만 20~30곳에 달한다”고 했다.

1월 들어 급격히 오른 전기·가스 요금 고지서가 최근 전국적으로 발송되기 시작하자, 고지서를 받아 든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에너지 비용 폭탄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업무 난방용 가스 도매 요금은 1년 전 대비 57.6% 올라 주택용 인상률 42.3%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에는 여기에 더해 전기 요금도 전년 대비 29.5% 올랐다. 특히 사우나·찜질방 등 난방비 비율이 큰 목욕업과 숙박업, 가스를 많이 쓰는 식당 등의 업종이 요금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PC방·헬스장 등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업종 역시 당장 이번 여름부터 전기 요금이 급등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기·가스 요금 폭탄을 맞은 것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충북의 한 특수강 가공업체 관계자는 “철강 선재를 사들여 화학물질로 표면을 세척한 후 열처리를 하는데, 화학반응을 일으키려 약품을 가열하거나 표면 열처리를 하는 데 모두 도시가스를 쓴다”며 “작년 이맘때와 가스 사용량은 큰 차이가 없는데, 1달 3억~4억원 정도 내던 가스 요금이 지난달에는 8억원까지 치솟았다”고 했다.

정부는 15일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에너지 요금 분할 납부 대상을 기존 취약 계층에서 소상공인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 요금은 오는 7월부터, 가스 요금은 12월부터 분할 납부가 가능해 당장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현재 취약 계층에게만 지원되고 있는 에너지 바우처를 소상공인에게 확대하고, 전기 사용량이 많은 뿌리 기업 대상으로 전용 요금제를 신설하는 등 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