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제조 기업들의 실적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국내 양극재 제조 ‘빅4′인 LG화학·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가 2조원에 육박한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배터리 사용 시간과 출력을 좌우한다. 특히 국내 빅4 기업들은 배터리 소재 기업의 추격을 고부가 가치 상품인 ‘하이니켈’로 대응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매출 5조3569억원, 영업이익 38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260%, 232% 급증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3위 엘앤에프는 작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 3조8838억원, 영업이익 2662억으로 각각 전년보다 300%, 500% 증가했다.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부문 영업이익은 1502억원, LG화학 첨단소재부문 영업이익은 923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프리미엄 소재인 ‘하이니켈 양극재’의 공급 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관련 기술에 강점을 가진 국내 업체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니켈은 함량에 따라 미드니켈(40~50%), 하이니켈(70~90%), 울트라하이니켈(90% 이상)로 분류하는데 국내 기업은 하이니켈, 중국 기업은 미드니켈 분야에서 상대적 강점을 갖고 있다. 니켈 함량에 따라 에너지 밀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필수 요소이고, 최근 고급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관련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하이니켈 양극재에서 강점을 보이는 엘앤에프는 올해 미국 진출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니켈 함량을 최대 90%까지 높이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이 회사는 작년 하반기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 수출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가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국가 핵심 기술을 수출하거나 국가 예산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받은 경우 산업부 장관 승인이 있어야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 당시 엘앤에프는 첨단 제조 기술에 대한 보안 조치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오는 3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 시행 안이 나온 이후 재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은 캐나다 퀘벡에 1조원을 투자해 양극재 합작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도 퀘벡에 양극재 공장을 추진 중이다.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높인 P5 베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SDI는 오는 2024년부터 니켈 함량을 91%까지 높인 P6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고 그 이상으로 함량을 높인 P7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