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16일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을 5년 내 분할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합병 이후에도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과 소액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자사주 소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을 높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 환원책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 같은 소식에 삼성물산 주가는 장중 한때 6.9%까지 급등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사옥/뉴스1

삼성물산은 전날 이사회에서 안정적인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전량을 분할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10대 기업 고위 임원은 “행동주의 펀드와 소수 주주들의 주주권 행사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주가를 올리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자사주 소각 정책도 더 적극적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잇따라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15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3일 3155억원의 자사 주식 소각을 완료했다. 현대차가 자사주 소각에 나선 건 2018년(약 1조원 규모) 이후 약 5년 만이다. 기아 역시 앞으로 5년간 매년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절반을 소각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공시가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이달 13일 기준으로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은 총 14곳에 이른다. 2021년 2사(700억원), 2022년 5사(2100억원)에 불과했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올해 14사, 1조55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연간으로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은 64사로 2021년(32사)의 두 배였다.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 주주들이 자사주 소각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는 최근 KT에 보유 목적이 불분명한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내용의 주주 제안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