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국내 8개 저비용 항공사(LCC)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이 처음으로 대형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를 제쳤다. 2010년대 들어 단거리 해외여행 급증과 함께 크게 성장한 LCC는 2014년 국내선 여객 점유율에서 두 대형 항공사의 합산 점유율을 넘어선 데 이어 8년여 만에 국제선에서도 앞서게 됐다.

19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LCC의 국제선 승객은 74만8273명으로 대형 항공사(65만9996명)보다 10만명 가까이 많았다. 1월엔 LCC가 17만명 더 많은 해외 승객을 실어 나르며 격차가 더 벌어져 점유율은 55%까지 늘어났다. LCC 국제선 점유율은 2010년 3.4%에 불과했지만 2019년 44%로 급증했다. 하지만 코로나 타격을 받으며 2021년에는 다시 10%대로 추락했다.

그동안 국제선은 대형 항공기를 많이 보유하고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까지 운항하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 이후 LCC들이 일본 등 단거리 해외 노선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형 항공사의 해외 장거리 노선 수요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딘 것도 LCC와 대형 항공사 간 국제선 점유율이 뒤집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항공사별로 제주항공은 2019년 1월 국제선 점유율이 13.9%에 불과했지만 최근 16.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티웨이항공(8.3%->12.4%), 진에어(9.9%->13%)도 점유율을 확대했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오히려 4%포인트 넘게 줄었다.

국제선 점유율 역전은 일본 여행객 증가가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0월 일본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며 국내 관광객 중 일본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 유행 여파가 남아 있어 유럽·미국 등 장거리보단 단거리 여행 선호가 커졌고, 여기에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며 일본 여행 수요가 예상보다도 빠르게 회복됐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56만5200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돌파했다. 일본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149만7300명) 중 한국인 비율은 37.7%였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 3명 중 1명이 한국인인 셈이다.

여객 수요 급증에 맞춰 LCC는 일본 항공편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위주인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는 일본 중소 도시 노선 운항을 빠르게 재개하거나 신규 취항했다. 지난 1월 인천공항~일본 전체 공항으로 오간 국적기는 4742편인데 이 중 LCC가 3351편(71%)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2배를 넘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로 중단했던 일본 소도시 마쓰야마와 시즈오카 노선을 3년 만에 재운항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도 지난달부터 일본 구마모토행 운항을 주 3회 재개했고, 에어서울 역시 다카마쓰 노선에 이어 구마모토·히로시마 등 중소 도시 노선 재개를 검토 중이다. 한 LCC 관계자는 “일본 노선은 LCC에 생명줄과 같기 때문에 과감하게 인력을 보충하고 운항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노선까지 회복되면 LCC의 시장점유율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현재 주 62회인 중국 노선 항공편을 이달 말까지 주 80회로 늘리고, 다음 달부터 양국 합의 수준인 주 100회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대형 항공사와 적자를 기록한 LCC가 올해엔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CC 중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지난해 4분기 각각 187억원, 1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19년 1분기 이후 1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대형 항공사의 실적을 이끌었던 화물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26.2%, 41.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