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6단체가 20일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무리한 노사 분규로 이 나라 기업과 경제가 멍들어갈 것”이라며 법안 심의 중단을 촉구했다. 기업인들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조 눈치만 보는 거대 야당이 경제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노란통투법은 밀어붙이면서 정작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한시가 급한 법안은 발목 잡는 데에 분통을 터트렸다. 관련 부처 장관들도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에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 단체들 “기업과 경제 멍들게 하는 노란봉투법 막아달라”
경총·대한상의·전경련·무역협회·중기중앙회·중견련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 대상으로 끌어들여 결국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수백 개의 협력업체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이들 하청 협력 업체의 교섭 요구에 대응하다 날이 샐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총이 주요 기업 30곳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28사(93.3%)가 개정안대로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교섭 거부의 부당 노동 행위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 폭증’을 우려했다.
경제 단체들은 또 “노동쟁의 범위까지 무리하게 확대해, 노동조합이 고도의 경영상 판단, 재판 중인 사건까지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한다면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시켜 산업 현장은 1년 내내 노사 분규에 휩쓸릴 것”이라며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도 제한해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확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경식 경총회장은 이날 공동성명 발표 후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헌법소원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에서 “헌법·민법 원칙에 위배되고 노사 갈등을 확산시킬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근본적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긴급 브리핑을 열고 “법·제도 전반과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가 재고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법 개정으로 노사 관계의 불안정과 노사 갈등 비용이 커지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기업의 손실, 투자 위축 등으로 나타나고 미래 세대인 청년의 일자리 기회도 줄일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 “거대 야당, 기업 발목 잡기만”
경제계에서는 조속히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법안은 뒤로 미룬 채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 처리에만 매달리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걱정 목소리가 높다.
경제 단체들은 이날 “국회가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 세액 공제 확대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 연장 근로 허용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등 국가 경제를 위한 시급한 법안 심의에 힘써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실제 반도체 등 시설 투자 세액 공제를 추가로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이른바 K칩스법)은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논의됐지만, 민주당이 대기업 특혜라고 반대해 처리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등 시설 투자에 대한 기본 공제율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투자 금액의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김기남 삼성전자 SATI(옛 종합기술원) 회장은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미국은 반도체 육성 예산 527억달러(약 68조3000억원) 중 74%를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로 편성한다”며 “적어도 미국과 중국, 대만 등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외 8시간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노동계 눈치를 보는 야당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말 처리되지 못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30인 미만 제조 업체 40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1%가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영세 사업장에서는 추가 근로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야당은 에너지 기업에 한해 초과 이익분에 세금을 더 물리려던 ‘횡재세’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전 업종으로 확대하자는 법안까지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