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가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동티모르 바유운단 가스전./SK E&S

일본 석유·가스 1위 업체인 인펙스(Inpex)는 2026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지난해 말 니가타현 미나미-나가오카 가스전 북동쪽에서 탐사 작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작년엔 5월부터 8월까지 시마네현과 야마구치현 해상에서 탐사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는 “석유·가스 수입액이 폭증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원 탐사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장기화하자 우리나라도 해외 자원 개발에 민·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원 빈국인 일본은 국내외에서 활발히 자원 개발 사업을 확대하며 살 길을 찾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자원 개발을 ‘적폐’로 몬 탓에 그나마 쌓아왔던 자원 개발 노하우와 네트워크는 완전히 붕괴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차근차근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더라면 에너지 가격 폭등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 가능했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함께 장기 프로젝트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 적폐 몰린 한국 자원개발, 10년 전으로 후퇴…일본은 에너지 안보 위해 탐사 강화, 자원 개발률 40% 돌파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 기업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석유·가스 사업은 110건이다. 이는 2006년(83건) 이후 최소다. 이 가운데 개발 사업은 10건으로 2006년(9건) 이후 가장 적었고, 탐사 사업은 2005년(33건) 이후 가장 낮은 38건에 불과했다. 광물 개발 사업도 291건으로 2010년(289건) 이후 최소다. 2014년 63억달러(약 8조원)까지 늘었던 자원 개발 투자액은 2021년 24억달러로 62% 급감했다. 이에 따라 자원개발률(전체 석유·가스 수입 중 자원 개발을 통해 확보한 물량 비율)은 2021년 11%로 떨어지며 201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명박 정부가 10년 뒤 자원 개발률 30%를 목표로 속도를 내던 각종 투자 사업이 부실화하자 공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마저 투자를 끊으며 우리나라 해외 자원 개발 시계가 10년 전으로 후퇴한 것이다.

10년 전으로 후퇴한 해외 자원개발

반면 일본의 자원 개발률은 2009년 23%에서 2019년 35%로 늘었고, 2020년에는 40%를 돌파했다. 일본은 2021년 10월 발표한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석유·가스 자원 개발률을 2030년 50%, 2040년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놨다.

◇손발 묶인 공기업, 공격받는 민간 기업

전 세계에서 자원 확보를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내 공기업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광물자원공사는 광해관리공단과 합병해 2021년 광해광업공단으로 출범하면서 해외 자원 개발 기능을 잃었고,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도 사실상 자원 개발에서 손을 떼면서 수입·유통 회사로 전락한 상태다. 가스공사는 2017년 시작한 모잠비크 LNG(액화천연가스) 이후 신규 개발 사업이 없고, 석유공사도 2020년 시작한 세네갈 광구 탐사가 2015년 이후 유일한 사업이다.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인 SK E&S는 2025년부터 저탄소 LNG를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국내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화석연료 개발에 대한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자원 개발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자원 개발 공기업을 모아 ‘JOGMEC’(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이라는 항공모함을 만든 일본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에너지의 94%가량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안보 차원에서 해외 자원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리스크 관리에 강한 민간이 사업을 주도하고 공기업이 함께 참여해 위험을 분산하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