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로 예정된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고객들 사이에서 개편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여당이 직접 나서 대한항공에게 개편안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조만간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 시행을 유예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관련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마일리지 개편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제도 개편을 수개월간 유예하고 새로 수정안을 내놓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역별로 구분되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실제 운항거리별로 나눠 세분화하는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오는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장거리 항공권 발권과 좌석 승급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종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논란이 계속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 방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이라고 했다. 이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번 개편안에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원 장관이 글을 올린 다음날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에 따른 보완책을 국토부에 보고했다. 오는 6~10월 인기 노선인 뉴욕·LA·파리 노선에 마일리지로 예약 가능한 주 1~2회의 특별편을 100편 이상 투입하고, 현재 전체 좌석의 5% 선인 마일리지 좌석 공급도 더 늘리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마일리지 특별편은 공짜 여행 가는 단체손님 취급 받을 것 같다” “이코노미석을 모두 없애고 비즈니스석만 제공할 게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국토부와 여당 역시 대한항공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마일리지 제도 개편 유예 및 마일리지 전세기 방안에 대해 “조삼모사식의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했다. 원 장관 역시 19일 “대한항공은 코로나 때 고용유지 지원금과 국책 금융을 통해 국민들의 성원 속 생존을 이어왔다”며 “폭발적 항공 수요가 왔을 때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마일리지는 경쟁 체제 속 고객 확보를 위해 스스로 약속했던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