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사용량은 별 차이가 없는데, 1달 사이 가스요금이 80% 올랐습니다.”

서울 동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유은파씨는 21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유씨의 미용실 가스 요금은 지난해 12월 10만1080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8만4360원으로 80% 이상 치솟았다. 유씨는 “미용실은 대부분 가스 온수기와 전기를 활용하는 난방기를 쓰지만, 지난달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전기·가스 요금이 크게 증가했다”며 “정부는 분기마다 조금씩 올렸다지만 고지서를 받는 입장에서는 이게 난방비 폭탄이 아니면 뭐겠느냐”고 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전기·가스 요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 동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은파씨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도시가스 요금을 비교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씨 외에도 식당·코인노래방·숙박업 등 다양한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달 전기·가스 요금이 작년 연말 대비 급격하게 치솟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유덕현씨는 “그전까지 1달 평균 30만~35만원 부과되던 가스 요금이 지난달에는 75만원 청구됐다”고 했고, 숙박업소 사장 윤상미씨도 “전기 요금이 30% 이상 올랐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지난달 전기요금은 1년 전과 비교해 kWh(킬로와트시)당 총 32.4원(30%) 상승하고, 도시가스 요금은 22년 4차례에 걸쳐 영업용1이 37.1%, 영업용2가 39.8% 상승해 소상공인의 난방비 부담이 매우 커졌으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없다”고 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소비심리 위축으로 송년 특수는커녕 혹한의 12월을 보낸 소상공인에게 지난달 한파보다 무서운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며 “난방비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경우 물가상승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감소는 결국 경제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정부와 국회에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해 에너지 지원 법제화 ▲소상공인 대상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통해 냉난방비 부담 완화 ▲에너지비용 급등에 대비한 소상공인 전용 보험 상품 마련 등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