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오는 4월 도입 예정이었던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유예하고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4월 1일 예정이었던 마일리지 제도 변경을 재검토한다”며 “마일리지 적립 및 공제 기준 변경, 신규 우수회원 도입 등 마일리지 제도 전반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수정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의 마일리지 제도를 유지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역별로 구분되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실제 운항거리별로 나눠 10구간으로 세분화하는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오는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장거리 항공권 발권과 좌석 승급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종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여당이 나서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에 제동을 걸었다. 원 장관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이라고 했다. 이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번 개편안에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19일에도 “감사의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고객 불만을 사는 정책을 내놨다”고 했다. 여당 역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마일리지 관련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한발 물러섰고, 22일 마일리지 개편안 재검토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운항거리별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세분화하는 기존 개편안의 뼈대는 유지하되 공제율을 낮추는 방향의 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2월로 예정됐던 신규 우수회원 제도 도입도 함께 유예된다. 대한항공은 기존의 모닝캄·모닝캄 프리미엄·밀리언 마일러 등급을 실버·골드·플래티넘·다이아몬드로 변경하고, 우수회원 가입 조건을 완화할 예정이었다. 기존에는 5만마일 이상 적립해야 모닝캄 등급으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개편 이후에는 기존 모닝캄과 동급인 실버 등급 회원이 되려면 1만마일을 적립하거나 10회 탑승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등급이 매년 비행 실적에 따라 산정되기 때문에 평생 우수회원 제도는 사라진다. 마일리지 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도입된 현금·마일리지 복합 결제 서비스 ‘캐시 앤 마일즈’는 계속 유지되고, 3월 중에 달러화가 결제 통화로 추가된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제도 변경 재검토와는 별개로, 고객들이 보다 원활히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너스 좌석 공급 확대, 다양한 마일리지 할인 프로모션,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도 함께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마일리지 좌석 공급 비율을 현재 5% 선에서 보다 늘리는 등 마일리지를 소진할 수 있는 방법을 보다 늘리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