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에 있는 목포과학대는 오는 3월 시작하는 1학기부터 조선학과를 개설한다. 10년 전 조선업 불황과 함께 신입생이 줄어 폐지했던 학과를 부활시킨 것이다. 신설되는 2년제 조선학과는 과거와 달리 외국인 전담학과로 입학생 50명이 모두 외국인이다. 목포과학대 관계자는 “근로자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외국인 학생들을 잘 교육해 내년쯤 인근 업체로 현장 실습 보내려 한다”고 했다.
울산시 동구는 지난 15일 현대미포조선사내협력사협의회, 동구시니어클럽과 ‘조선 산업 기술인력 수급 협력’ 협약을 맺었다. 동구청은 지자체 공공형 일자리사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노년층에게 조선업계 취업을 알선하고,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앞으로도 조선업계에서 일할 노년층 인력을 구할 계획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용접 같은 기술 인력만 부족한 게 아니라 자재 정리, 청소, 기계 도장같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업무 직원까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업계의 만성적인 인력난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조선 업체가 있는 지역의 지자체, 대학까지 나서 인력을 구하기 위한 각종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에선 “국적, 나이, 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일할 의지만 있다면 당장 누구라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지역 전문대에 ‘외국인 전담 학과’ 만들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인력은 작년 10월 말 9만5030명으로 2014년(20만3441명)보다 약 53.3% 감소했다. 올 연말까지 조선업계에서 부족한 생산 인력은 1만4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역 대학들은 조선소에서 일할 외국인 학생 전용 학과를 신설 중이다. 과거 업체들은 내국인 청년을 채용하기 위해 대학과 협업해왔지만 최근엔 외국인 인력마저 귀해지다 보니 외국인 기술자라도 길러내려는 것이다. 전북 군산에 있는 군장대는 올해 외국인 전용 ‘조선 용접 및 조선 도장’ 전공을 개설할 예정이다. 군장대 관계자는 “학생 모집을 위한 준비를 더 한 뒤 올해 안에 학생을 뽑을 예정”이라고 했다.
전남에 있는 목포대·세한대·초당대는 작년 12월 전남도, 도내 조선업체와 우수 외국인 유학생 확보에 협력하기로 했다. 경남도립남해대와 삼성중공업협력회사협의회도 작년 ‘유학생 주문식 교육과정 개설 협약’을 체결했다. 협의회가 필요한 현장 기술 인력 외국인 20명을 선발하면 대학이 기술교육, 한국어 교육 등을 해주는 방식이다.
◇시니어도 여성도 기술 없어도 환영
조선업계는 시니어나 여성, 조선업계 종사 경험이나 기술이 없는 다른 지역 청·장년 채용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작년부터 거제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협업해 전문 여성인력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울산조선업도약센터는 여성·시니어 구직자에게 조선업계 취업을 알선하고, ‘리크루팅 투어’에도 나선다. 전국 대학이나 기술학원 등을 돌며 울산 지역 조선업체에 취업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리크루팅 투어를 하면 다른 지역에선 인력을 빼간다고 싫어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신체가 약한 시니어·여성 인력을 보조할 로봇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선박 배관을 용접하는 협동로봇을 현장에 적용했다. 과거 30㎏ 넘는 작업대를 작업자가 직접 옮기고 수동으로 위치를 맞추며 용접해야 했지만, 이젠 협동로봇이 이런 과정을 대신하기 때문에 노년층이나 여성 기술자를 작업에 투입하기 쉬워진다. 전남조선해양전문인력센터는 대불산단 현장에 ‘웨어러블 로봇’ 투입을 추진 중이다. 용접기 등 무거운 기계를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게 쉽게 들게 해주는 장치로, 대당 6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노성호 인력센터장은 “체구가 작은 여성 중에도 기술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니 로봇을 도입하면 인력난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