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3일 열리는 사조산업 정기 주총에선 사측과 소액주주들이 배당액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 이사회가 주당 350원 배당을 결정하자 소액주주들이 “작년 영업이익에 맞는 배당을 해야 한다”며 주당 2000원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경기 침체와 시설 투자 등 경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맞선 상황이다.
‘수퍼개미’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최근 농심홀딩스를 포함해 1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제안했다. 농심홀딩스가 공시한 주당 2500원보다 1500원 많은 4000원 배당을 요구했다. 박씨는 넥센·비아트론 등 다른 기업에도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기업들이 배당과 배당액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회사 측과 소액주주 간 배당 규모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코스피 배당 기업은 537곳에서 2021년 556곳으로 늘었다. 코스닥 배당 기업도 같은 기간 544곳에서 589곳으로 늘었다.
◇배당 기업 늘고 주주 행동 커지고
작년 K9 자주포 폴란드 수출 등 방산 사업 호조로 최대 실적을 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배당금을 전년보다 42% 늘린 주당 1000원으로 의결했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18% 증가한 6조5396억원, 영업이익은 32% 증가한 3753억원을 기록하면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여전히 배당금이 적다고 불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매년 수천억원대 이익을 거두면서도 2016~2019년 4년 동안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았고, 이후 배당을 했지만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0.76%로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2021년 2.23%)보다 한참 낮다는 것이다. DB하이텍은 작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주당 1300원 배당을 결정했지만, 소액 주주들은 “배당을 더 늘려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연대를 통하는 등 우호 지분 25% 이상을 확보해 목소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사업 투자에 현금 자산을 집중한 결과, 무(無)배당이 이어지면서 기업과 주주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3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화솔루션은 “대규모 설비 투자로 배당에 사용할 현금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등 지역에서 대규모 태양광 시설에 조(兆) 단위 투자를 이어가면서 잉여 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주들의 불만에 한화솔루션은 콘퍼런스콜에서 “집중적인 성장 투자가 기업 가치 증대로 이어져 결실을 맺고 재원이 발생할 때 자사주 매입 및 현금 배당 등 주주 환원책을 펼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순이익이 줄었는데 이례적으로 배당을 늘린 기업도 있다. 동국제강은 작년 영업이익은 7.4%, 순이익은 22.7% 감소했는데 배당은 전년 대비 100원 늘어난 500원으로 정했다. 동국제강은 상반기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우호 의견을 확보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더 주주 친화적인 배당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깜깜이 배당’ 없애고 글로벌 기준 도입… 배당 정책 바꾸는 기업들
오락가락 배당 대신 중장기 배당 정책을 제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일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중장기 배당정책’을 공시하고 매년 반기 및 기말 실적 기준으로 연 2회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중간 배당을 재개했고, 연간 배당 규모도 당기순이익 30%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투자자들이 배당 금액을 먼저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한다. 금융 당국과 법무부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권고한 배당 절차 개선 방안을 따른 것이다. 그동안 국내 상장사들은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한 뒤 이듬해 열리는 주총에서 배당금을 확정해 ‘깜깜이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배당금을 먼저 결정하고 이후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는 미국·영국·독일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