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남구 감만(사진 위) 및 신선대(아래)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뉴시스

지난달 우리 수출이 전년 대비 7.5% 감소한 501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수출 역성장을 한 뒤 5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다. 수입은 전년대비 3.6% 증가한 55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53억달러 적자로, 1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지난 1월(126억 9000달러)에 비해선 적자 폭이 절반 이하로 축소됐음.

◇1년 내내 ‘적자 행진’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월 수출은 전년 대비 7.5% 줄어든 501억 달러, 수입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554억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53억달러 적자로 1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년 내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최장기간이다.

수출 부진의 원인은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출 부진 계속되는 탓이다. 2월 반도체 수출액은 59억 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2.5% 감소했다.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해 2016년 12월(59억달러)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대중 수출액은 2월 98억 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4.2% 감소하며 9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 1월(91억7000만달러)보단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100억달러를 밑돌고 있다.

산업부는 “글로벌 경기둔화 지속과 반도체 업황 악화 등에 따라 전년 대비 수출이 감소했다”고 했다. 또 작년 2월에 역대 2월 중 최고실적(수출 541억 6000만 달러)을 기록한 데에 따른 기저효과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고’ 자동차 실적에 전월 대비 적자폭 절반 줄어

1년 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사상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1월에 비해선 무역적자 폭은 개선되고 있다. 지난 1월 무역적자는 126억 9000달러였으나, 2월은 그의 42% 수준으로 적자 폭이 줄었다. 동절기가 지나며 에너지 수입이 1월 대비 2월 30억달러 가까이 줄었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자동차와 자동차 관련 품목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며 무역적자를 만회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무역수지가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실제 2월 자동차 수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월 자동차 수출액은 56억달러로 전년 대비 47.1% 급등했다. 작년 7월(51억 3000만달러)에 처음으로 수출 50억 달러대를 달성한 후 2월까지 4차례 50억 달러대 수출을 기록했다. 반도체수급난이 완화되고, 친환경차·SUV 등 고부가 신차 출시에 따른 판매 확대에 힘입어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일반기계와 이차전지의 2월 수출액도 각각 44억 5000달러와 8억 7000달러로 집계되며 역대 2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차 관련 품목과 일반기계의 수출 증대로 인해 지역별로는 미국, EU, 중동에서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은 지난 1월 수출액이 감소세였으나 2월 반등해 전년 대비 16.2% 늘어난 90억달러를 기록했다. EU(13.2%), 중동(20.2)%, 인도(11%·이상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에서도 수출이 두자리 수 규모로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에 따라 중국, 베트남 등에서 수출 여건이 약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동절기에 늘어났던 에너지 수입도 점차 줄어들면 앞으로 적자 폭이 더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1월에 비해 2월 에너지 수입액 30억달러 가량 줄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동절기가 지나며 에너지 수입이 줄어들면 확실히 전보단 무역적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국·반도체 부진 안 끝나면 적자 지속”

하지만 반도체와 대중 수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수출 반등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월에 비해 적자폭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50억달러 넘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반도체 업황이 계속 나아지며 나아질 것이란 시그널이 현재 없는 상황이고, 중국 역시 리오프닝을 했다지만 우리 수출 증가로는 아직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상반기는 지나봐야 수출 부진 상황이 개선될 것 같다”고 했다.

또 세계 경제 둔화와 교역 위축 상황이 계속되는 것도 문제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GDP 성장률을 1.7%로, 유럽은 0.5% 미국은 0%로 전망했다. WTO에 따르면 세계 무역 규모는 지난해 3.5% 증가했으나, 올해는 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상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금리 인상의 여파가 연말부터 계속되면서 올해 1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외환경적인 측면에선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 상황도 우리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