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올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해 7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다. 우선 전체 응답 기업(126개)의 39.7%가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15.1%는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해 조사(7.9%)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중에서 50.8%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하겠다’고 했고, 24.6%는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과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경기 침체’(29%), ‘회사 내부 상황의 어려움’(29%)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올해 대기업 채용 트렌드는 공채보다 수시 채용, 이공계 출신, ‘중고 신입’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대졸 신규 채용 방식을 묻는 말에 57.1%가 ‘수시 채용’을 선호했다. 또 기업들은 대졸 신규 채용의 67.5%를 이공계열에서 뽑을 예정으로, 작년 상반기(61%)보다 6.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 중 22.1%는 경력이 있지만, 신입으로 지원한 중고 신입이었다. 평균 경력 기간은 1.4년이었다.

대졸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으로는 ‘노동·산업 분야에서 기업 규제 완화’(30.1%), ‘고용 증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21.7%) 등을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부와 국회가 규제를 완화하고 조세 지원을 늘려 기업들의 고용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