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기간 개최하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참석한다. 4대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행사에 함께하는 것은 2016년 전경련 탈퇴 이후 7년 만이다. 이들은 다음 달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때 전경련이 주최하는 행사에도 모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재계 대표 단체라는 위상을 회복하려면 가장 큰 숙제가 4대 그룹의 재가입”이라며 “전경련이 주최하는 윤 대통령의 방일·방미 경제 행사에 4대 그룹 총수들이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복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경련은 17일 낮 일본 도쿄에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함께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연다. 이 행사에는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회장 외에도 기존 전경련 회장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지난달 새로 회장단에 가입한 류진 풍산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참석한다. 4대 그룹 총수들은 12년 만에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의미를 부여하고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일 관계 회복 분위기가 무르익고 경제계의 협력 필요성도 높아진 상황에서 양국 주요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4대 그룹은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매년 개최하는 한일 재계회의엔 불참하거나 총수가 아닌 사장급이 참석해왔다. 지난해 7월 서울서 열린 한일 재계회의 때도 4대 그룹에선 사장급들이 참석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 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 회장), 히가시와라 도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히타치 회장)과 각각 만찬·오찬을 함께했지만 전경련 행사에는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다음 달 26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때도 전경련이 워싱턴DC에서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참석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대한상의 주최였지만 최근 전경련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전경련이 방미 행사까지 맡게 된 데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 총수가 일본·미국에서 열리는 전경련 행사에 참석한 뒤 자연스럽게 전경련 회원사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직무대행은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경련의 역할과 방향을 제대로 정립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전경련이 되도록 하겠다”며 “그러면 4대 그룹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인이면 누구나 전경련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