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출발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전경련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61년 일본 게이단렌을 모델로 삼아 만든 단체다. 2차 대전 이후 일본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설립한 게이단렌을 벤치마킹해 박정희 정부의 산업화 정책에 기여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두 단체는 1966년 한일 합동 경제간담회를 열어 일본 정부의 차관 제공,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 여건 조성 등을 논의했다. 이 경제간담회가 한일재계회의의 전신이다. 1982년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양국 경제계 상호 이해 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두 단체 회장단을 중심으로 한일재계회의를 열기로 하고 이듬해부터 양국을 번갈아가면서 개최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 정례화 촉구, 김포~하네다 항공노선 증편 등에서 한목소리를 내며 매년 재계회의를 열었다. 그러다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 사태로 열리지 못했고, 2012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회의는 중단됐다. 2014년 허창수 회장이 도쿄를 방문해 게이단렌 신임 회장인 사카키바라 회장을 만나 회의 재개를 합의했고, 그해 가을 서울에서 다시 열렸다. 2015년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도쿄에서 공동 개최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주요 회원사인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전경련 위상이 추락했지만, 한일재계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다른 경제단체에서 한일재계회의를 주최하겠다는 시도도 있었지만, 게이단렌에서 전경련과 오랜 관계를 중시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2019년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 한일 관계가 최악인 때에도 한일재계회의는 열렸다. 두 단체는 올해 가을 일본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