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호남 지역에 있는 태양광발전이 전력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출력 제한’ 조치에 들어가게 된다. 송·배전망과 전력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태양광발전 설비를 마구잡이로 늘린 탓에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봄철에 전력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전기는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라도 문제가 되지만, 전기가 과잉공급될 경우에도 송·배전망이 감당하지 못해 블랙아웃(대정전)을 일으킬 수 있다.
21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부터 원전 1기와 맞먹는 1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원전이 전력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풍력발전기가 곳곳에 들어서며 전력이 남아도는 제주도에서는 1년에 수십차례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멈추는 출력 제어가 이뤄지고 있지만, 육지에서 출력 제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태양광에 대한 출력 제한 조치는 최근 발전 설비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지난 1년(2022년 3월~2023년 3월) 호남 지역에서는 1195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17개 시·도에서 늘어난 태양광 설비(2728MW)의 44%에 달하는 규모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호남 지역 태양광 설비가 7000MW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원전 1기 규모와 맞먹는 태양광발전 설비가 추가되자 전력 수요가 적은 봄철 송·배전망이 버티기 어려워진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강추위나 무더위가 없는 봄은 전력 수요는 일년 중 가장 적지만, 태양광발전량은 가장 많다”며 “올봄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출력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탈원전에 발목 잡혀 가동을 멈췄다가 지난해 12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한빛 4호기가 있는 한빛원전도 출력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