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 HD현대의 조선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울산 엔진 조립 공장. 차세대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과 디젤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메탄올 이중 연료’ 엔진에 첫 시동이 걸렸다. 아파트 5층 높이인 16.2m, 폭 11.5m, 1667t 엔진이 굉음과 함께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엔진은 세계 최초 초대형 메탄올 추진선인 머스크사의 1만6000TEU(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하나)급 컨테이너선에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엔진 시동으로 대형 엔진 생산 누계 2억6만6277마력을 돌파했다. 세계 최초로 누계 2억마력 생산 달성이다. 단일 기업은 물론 국가 기준으로도 최초다. 현대중공업이 1979년 처음 대형 엔진을 생산한 지 44년 만인데 2억 마력은 쏘나타급 중형차 125만대가 내는 출력이다. 1989년부터 대형 엔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34년째 지켜온 현대중공업은 작년 기준으로 36%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새로 발주되는 선박 10척 중 4척에 현대중공업 엔진이 탑재되는 셈이다. 중국 조선 업체들이 선박 건조 시장을 장악하면서 조선 점유율은 1위에 올랐지만, 대형 엔진 부문에선 여전히 기술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초대형 메탄올 엔진 생산은 대형 엔진 2억마력 생산량이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친환경 엔진, 나아가 친환경 조선해양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자리”라며 “엔진기계사업부는 메탄올 연료 엔진을 시작으로 암모니아, 수소 친환경 엔진 개발을 통해 HD현대 그룹이 해양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탄소 중립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엔진 기술도 선도하고 있다. 이날 첫 시동에 들어간 7만4720마력급 엔진은 한국조선해양이 개발한 메탄올 연료 공급 시스템이 장착됐다. 작년 12월에는 LNG·수소 혼소(混燒) 엔진 실증에 성공하며 수소 연료 엔진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