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투자 등 경제협력을 위해 최근 방한한 자프룰 틍쿠 압둘 아지즈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이 본지 인터뷰에서 "영어에 능통한 인재가 많고, 한국 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말레이시아는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남강호 기자

“중국 중심의 전통적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이 중국의 대체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방한(訪韓)한 자프룰 당쿠 압둘 아지즈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많은 국가와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등 지정학적 긴장 탓에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는 말레이시아가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프룰 장관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8.7% 증가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면서 “말레이시아는 인재와 인프라를 갖춘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의 GDP 성장률은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자프룰 장관은 높은 성장률의 비결에 대해 “말레이시아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보조금 정책을 시행한 덕분”이라며 “특히 말레이시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많이 한 게 효과를 발휘했다”고 덧붙였다.

자프룰 장관은 정책 일관성도 말레이시아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민주주의와 선거에 따라 정권이 바뀌지만, 한번 정해진 정책은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성 있게 유지된다”며 “말레이시아가 그동안 보여준 정책 일관성은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룩이스트(Look East)’ 정책 40주년을 기념하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한했다. 룩이스트 정책은 1980년대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집권 당시 경제성장을 먼저 이뤄낸 한국과 일본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정책이다. 이 정책으로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등 본격적으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시작됐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내에서 한국의 교역 3위, 투자 4위를 차지하는 경제 동반자다.

자프룰 장관은 “40년 전 사람들은 우리에게 ‘왜 서방이 아닌 동쪽(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느냐’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말레이시아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한 곳이 되며 한국과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앞으로도 서로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다”며 “말레이시아에는 영어에 능통한 인재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K팝 등 한국 문화가 널리 퍼져 있어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