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관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 규정안에 대해 “우리 정부와 업계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이번 발표로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한미 간 배터리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특히 소재 기업들은 국내에서 양극재를 가공해도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게 돼 다양한 투자 옵션을 기업별 상황에 맞게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그중 절반인 3750달러는 ‘배터리 핵심 광물(소재)’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으며 나머지 절반(3750달러)은 ‘배터리 핵심 부품’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이 두 가지 배터리 조건에 관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12월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 명확한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미국이나 FTA 체결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한 경우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지침은 오는 18일 부터 적용된다.
핵심 광물의 경우 어디서 수입하든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가공할 경우, 이곳에서 더해진 부가가치만큼은 인정해주기로 했다. 다시 말해 중국에서 흑연 등 소재를 수입해 한국에서 가공해 음극재를 만들어 수출할 경우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무부는 최근 일본이 미국과 맺은 배터리 광물에 관한 무관세 협정도 FTA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도 한국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며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양극재 등 소재는 배터리 부품에 포함하지 않아 북미 제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배터리 부품에는 4대 부품(음극판, 양극판, 분리막, 전해질)과 셀, 모듈 등만 포함됐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구성 재료인 양극재 등은 국내서, 이후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어 기존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IRA상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IRA 시행에도 미국 내 국산 친환경차 판매량이 12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부터 렌트·리스 등 상업용차는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판매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지난 2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만3000대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내 국산 친환경차 점유율은 작년 12월 5.1%, 올해 1월 6.5%, 2월 7.3%로 늘었다. 미국에서 판매된 국산 친환경차 중 상업용차 비중은 작년 평균 약 5%에서 올해 1∼2월 26% 수준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산업부는 이달 초 코트라·무역협회와 함께 IRA 관련 기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산업부 등 관계부처는 방미 협의를 통해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며 “우리 업계가 IRA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