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46억달러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째 적자가 계속됐다.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 때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겨울철이 지나면서 에너지 수입이 줄고,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한 자동차 등이 반도체 수출 부진을 일부 상쇄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은 줄고 있다.
◇올 1분기 무역적자 규모, 작년 전체 적자의 절반 넘어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수출이 1년 전보다 13.6% 감소한 551억2000만달러(72조 2000억원)로 집계됐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수입은 6.4% 줄어든 597억5000만달러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6억2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올 들어 3월까지 무역적자는 225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47억9000만달러)의 절반을 넘었다. 다만 에너지 수입액이 줄면서 무역적자 규모가 1월(127억달러)과 2월(53억달러)에 이어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출 감소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부진한 영향이 가장 크다. 제품 가격 급락 등 영향으로 3월 반도체 수출(86억 달러)은 작년보다 34.5% 급감했다. 8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무선통신기기(-42.3%), 디스플레이(-41.6%), 컴퓨터(-57.6%) 등 대부분 IT 품목 수출도 부진하다.
반도체와 대중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 수출 지형을 바꿔 놓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던 중국은 올 들어 ‘최대 적자국’이 됐다. 3월 대중 무역에서 23억8800만달러 적자로 석유를 주로 수입하는 사우디아라비아(-18억6700만달러), 호주(-12억5200만달러)를 제치고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3월 누적으로도 중국이 무역적자국 1위다.
IT 수출이 주춤하는 사이 자동차와 관련 품목 등의 수출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3월 자동차 수출은 친환경차 판매 증가 영향 등으로 월 기준으로 사상 처음 60억달러를 넘겼다.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3월 6.2%에서 올 3월 11.8%로 커졌다. 이차전지 역시 전기차 수요 확대로 4개월 연속 수출이 늘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비중은 20.6%에서 15.6%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4월부터 반도체 수요·가격 하락이 둔화하고, 원유 등 에너지 수입 단가가 떨어지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더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수출 감소의 35% 정도는 물량 감소에 의한 것이고 65% 정도는 단가 하락 영향”이라며 “앞으로 단가가 조금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지난해 대비 감소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 10대 수출국 중 품목 집중도 1위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선 반도체, 중국 등에 의존하지 말고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UN의 무역 통계 등을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최근 3개년 평균)의 수출 품목 집중도(개별 품목 수출액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바탕으로 집계)는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출 대상 국가의 집중도 역시 대부분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수출이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특정 품목·국가에 편중된 수출구조 개혁이 시급한 과제”라며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과 함께, 연구·개발(R&D) 등 민간에 대한 혁신 지원을 확대해 경쟁력 있는 품목을 다양하게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