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은 주기적으로 항공기의 엔진을 세척해 연료 효율을 개선하고 있다. 압축기 가스 패스의 오염 물질을 세척하는 것으로, 압축기 사이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 엔진 성능을 높여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또 비행기 착륙 후 지상 이동할 때 엔진 2개 중 1개만 사용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비행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무거운 스틸 브레이크를 가벼운 카본 브레이크로 교체해 항공기 1대당 약 320kg의 무게를 줄였다. 수하물 5kg 이하 승객에게 우선 탑승 혜택을 줘 승객에게도 탄소 저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기후변화 주범’ 꼽힌 항공사들… 거센 탈탄소 압박으로 일회용품 없애고, 덜 쓰고, 재활용하고
코로나 이후 항공 운항이 정상화하면서 항공업계에 탈(脫)탄소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항공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2.4%를 차지하며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사실 화석연료인 항공유의 대량 소비가 불가피해 탄소 저감이 어려운 산업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EU(유럽연합) 등에서 항공 부문에 대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종 규제는 매년 강화하는 추세다. 항공유를 바이오로 만든 친환경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연료(SAF)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가격이 비싸 국내 대부분 항공사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 美·EU 매년 항공부문 규제 강화
항공사들은 일회용품 줄이기, 엔진 세척해 효율 높이기, 업사이클링 등 일차원적인 탄소 저감 방법을 도입하며 ‘마른 수건 짜내기식’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 3일부터 ‘부산~태국’ ‘인천~태국’ 항공편에서 기내 면세품을 사는 모든 승객에게 일회용 비닐백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에코백에 물건을 담아 주고 있다. 에코백은 호텔에서 사용한 침대 이불과 수건을 세척해 제작한 것으로, 기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에어부산은 기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분해가 잘되는 친환경 종이컵으로 바꾸고, 승무원들도 비행 중 종이 출력물 대신 태블릿PC를 사용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조종실에 매뉴얼 배치 때 종이 인쇄물 대신 태블릿PC을 활용한다. 제주항공은 빨대와 종이컵, 비닐 등을 모두 친환경 재질로 바꿨다. 대한항공은 기내 노후 구명조끼를,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 등 폐유니폼을 재활용해 파우치를 제작하고 있다.
◇ 준비 안 된 ‘지속가능항공유’
전 세계 항공사의 80%가 가입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이 0인 상태)’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도 2025년부터 EU 내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SAF의 혼합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혼합 비율도 2025년 2%에서 2050년 63%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도 자국 내에서 생산·사용된 SAF에 갤런(3.79L)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항공업계의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SAF 도입이 필수적이지만,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3배가량 비싸고, 국내 생산 설비가 부족해 국내에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7년까지 울산콤플렉스(CLX)에 친환경 항공유 생산을 위한 공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생산 계획은 아직이고, 현대오일뱅크도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만 시작한 단계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역시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인 단계로 알려졌다.
그나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과 SAF 사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6년부터 항공유를 공급받기로 했지만, 해외 항공사들과 비교해 준비가 더딘 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이어 도입되는 탈탄소 규제 때문에 SAF 시장은 결국 커질 텐데, 수십 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유럽 등 국가보다 국내 항공업계는 SAF에 대한 준비가 한참 늦었다”며 “항공사와 정유사의 인프라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SAF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