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국내외에 공장 신설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터리 연구·개발과 양산을 위한 전용 라인 개설과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배터리 보조금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와 미국 현지 합작 공장 건설을 늘리는 것이다. 배터리 3사가 미국·캐나다·유럽 등에서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 수주 잔고가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산 설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충북 청주 오창공장을 배터리 생산 공장의 기술 허브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로 육성하기 위해 6000억원을 투자해 ‘마더 라인(Mother Line)’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마더 라인은 차세대 설계 및 공정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을 시범 생산하는 기존 파일럿 라인 규모를 키워 양산 여부까지 검증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이다. 2024년 말까지 마더 라인 증설을 완료하고, 현재 개발 중인 파우치형 롱 셀(long cell) 배터리의 시범 생산 및 양산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롱 셀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가 20% 이상 향상된 차세대 배터리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정기 이사회를 열고 양사가 총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공동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바토 카운티에 SK온과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합작 공장은 연간 전기차 30만 대 분량에 달하는 35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2025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다.

삼성SDI도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다고 이날 발표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서 세 곳의 합작 공장을 가동 또는 건설 중인데 네 번째 합작 파트너로 삼성SDI를 선택했다. 두 회사의 투자 규모는 30억달러 이상이며, 생산 규모는 연간 30GWh 이상이다. 2026년 양산 계획이다. 양사는 각 주 정부가 제시하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고려해 합작 공장의 위치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미 동맹 70주년에 삼성과 GM이 새로운 협력 관계를 발표했다는 점에 주목해서, 재계에서는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의 동맹이 첨단 기술과 공급망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