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쇼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통 제조 기업들이 예상 밖의 호실적을 내놓으며 선방하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인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현대차·기아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공개한 데 이어, 조선·건설·방산·기계 분야 주요 기업들이 호실적을 냈다고 발표했다. 국가 경제의 중추였던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전통 제조 기업들이 ‘잇몸’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이 주업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18% 증가한 6405억원, 삼성엔지니어링은 29% 증가한 2254억원이다. 양사의 호실적은 모듈화 등 기술 혁신의 결과로 사우디 네옴시티 수주(삼성물산)를 포함한 해외 건설 수주가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건설업이 호황기를 맞으며 건설기계 업종도 좋은 성과를 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영업이익(1526억원)이 46%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71% 증가한 800억원이었다. HD현대 측은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 제조업 부흥 정책에 따라 도로와 공장 건설이 활발하다”며 “유럽, 신흥시장에서도 인프라 사업과 광물 채굴 사업이 활발해 중장비 수요가 늘었다”고 밝혔다. 두산밥캣 역시 비슷한 이유로 1분기 영업이익(3697억원)이 90% 증가했다. 이 회사의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조선사들도 극심한 수주 가뭄에서 벗어나면서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사 HD한국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전 분기와 비슷한 4조84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 3·4분기에 이어 올 1분기(585억원)에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 1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2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방산 업체들도 호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영업이익이 385% 증가한 2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한화 방산 사업의 합병뿐 아니라, K9 자주포와 고성능유도미사일 체계인 천무의 폴란드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LIG넥스원과 현대로템도 방산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각각 682억원, 319억원)이 각각 35%씩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수요 둔화 타격을 입은 정유·철강·화학업체도 회복세다. 포스코홀딩스는 704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철강 부분이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현대제철과 에쓰오일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고, LG화학은 전 분기 대비 313.5% 증가한 7910억원의 이익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