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싼 값에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며, 난방비 폭탄을 일으킨 한국가스공사 임원들이 전년보다 30% 오른 연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며 서민들의 부담을 키운 것에 더해, LNG발전 단가까지 높여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까지 야기한 가스공사 임원들의 행태를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퇴임한 채희봉 전 사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전년보다 43.4% 늘어난 2억806만원을 받아갔다. 상임 감사와 상임 이사를 포함한 상임 임원의 평균 연봉은 전년보다 30.1% 늘어난 1억7148만4000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공공기관 상임 임원 평균 연봉 증가 폭이 1.2%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인상률이다.
2020년 경영평가 결과 미흡(D) 등급을 받아 성과급이 ‘0(제로)’였다가 2021년 보통(C) 등급을 받으면서 연봉이 크게 뛰었다. 채 전 사장은 2021년에는 기본급 1억4509만2000원만 받아갔지만, 지난해에는 기본급 1억4639만8000원에 C등급에 따른 성과상여금 6166만4000원을 더 받아가며 연봉 2억원을 받았다. 상임 감사도 4759만원을 더 받아갔고, 상임 이사도 3946만5000원을 성과상여금 명목으로 더 받았다.
가스공사는 사실상 손실과 같은 미수금이 2021년 말 기준 1조8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낙제점이었다. 성과급이 지급된 지난해 말에는 미수금이 10조원까지 늘었지만 채 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다. 2020년 28조2000억원이던 가스공사의 부채는 2021년 34조6000억원으로 22.6%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52조원까지 불어났다. 지난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 평가 지표 중 재무 관련 항목 배점을 낮추고 채용이나 지역발전 등 다른 항목 비중을 높이면서 부실한 재무 상황에도 성과급을 받는 C등급을 받았고, 임원들은 성과급을 챙겨간 것이다.
정부 평가에 따른 성과급이지만, 지난해 가스공사와 같이 C등급을 받은 한국전력과 발전 공기업 임원들이 성과급을 반납한 것을 감안하면 도덕적으로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전은 지난해 성과상여금으로 사장과 상임 감사, 상임 이사들이 4071만~6384만원을 받았지만, 이를 모두 반납했다.
채희봉 전 사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으면서 탈원전 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2021년부터 이어진 LNG 가격 폭등 시기에 수소공사로 개명을 추진하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이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LNG 장기 계약을 맺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다가 비싸게 LNG를 수입하고, 겨울철을 앞두고 대책을 준비하지 못해 난방비 폭탄을 만든 주범들인 가스공사 임원들이 고액 성과급을 챙겼다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기존 경영평가가 재무 관련 지표를 과소 반영하다 보니 가스공사의 등급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평가 항목과 배점이 개선된 올해부터는 재무 위기에 빠진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성과급이 늘어나는 사례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해당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수령한 상임 임원은 지난해 모두 퇴임했다”며 “현재 재직 중인 상임 임원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