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유명 가전업체 베스텔(Vestel)은 2021년 5월 대우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10년간 ‘대우’ 상표를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냉장고·세탁기·가스레인지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대우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에서도 베스텔은 대우 로고와 이름을 내건 가전제품들을 선보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튀르키예 외에 동유럽·중동 등에서는 여전히 대우전자가 가전제품 명가란 인식이 남아 있어 베스텔도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회에 마련된 대우통신 부스. /조선일보DB

한국에서는 이미 해체된 기업이지만, 대우 브랜드는 여전히 해외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대우라는 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상표 하나만으로 지금도 한 해 100억원 가까운 수익을 벌고 있는 것이다. 전성기에는 계열사 41개, 해외 법인 396개를 거느리며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랐던 대우는 IMF를 이겨내지 못하고 해체됐다. 지금은 대우건설·타타대우상용차 등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몇몇 기업에만 이름이 남아 있다.

대우그룹 해체 당시 대우 상표권은 무역업체로 갈라져 나온 대우인터내셔널이 이어받았는데, 2010년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해 포스코대우로 거듭나며 상표권도 가지게 됐다. 국내에서는 옛 대우 계열사들이 상표권을 공동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포스코대우가 독점적으로 상표권을 행사했다. 포스코대우는 2019년 이름에서 ‘대우’를 빼고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바꿨지만 대우 상표권은 계속 가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지난해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 브랜드는 국내 및 해외 163국에서 총 3483건의 상표권이 등록돼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91억원을 벌어들였고 올해는 95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베스텔이나 중국 메이디(Midea)와 같은 유명 가전업체부터 소규모 주방가전 판매업체까지 다양한 해외 업체들이 대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신 일정 액수의 수수료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지불한다.

중남미·중동·베트남 등 지역에서는 아직 대우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게 포스코인터내셔널 측 설명이다. 칠레·볼리비아 등에서도 현지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대우 브랜드를 내걸고 가전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삼성·LG 이후 전 세계적 지명도가 있는 가전 브랜드를 딱히 꼽기 어려운 상황도 ‘대우’ 브랜드 인기의 또 다른 비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