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도 무역수지(수출-수입)는 적자였다. 14개월 연속 적자다. 1995년 1월~1997년 5월까지 29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26년 만에 최장이다. 우리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던 반도체 수출이 반 토막 나면서 전체 수출은 7개월 연속, 대중(對中)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와 대미(對美)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 수출의 품목·지역 양대 축이 반도체·중국에서 자동차·미국으로 자리바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러스트=박상훈

◇반도체·중국에서 자동차·미국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이 작년보다 14.2% 줄어든 496억달러(약 66조5000억원), 수입은 13.3% 줄어든 52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무역수지는 26억달러 적자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보다 41% 줄어든 63억8000만달러였다. 9개월째 마이너스이고, 4월 전체 수출 감소액(82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44억달러가 반도체 수출 감소액이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작년보다 40% 급증한 61억5600만달러를 기록하며 수출액 2위에 올랐다. 반도체와 격차가 2억 달러에 불과했다. 자동차는 무역수지에서 이미 작년 4분기부터 월간·분기 기준으로 1위에 오르며 반도체를 크게 앞섰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자동차는 수출액에서도 반도체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고, 자동차 수출이 탄탄하게 이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두 품목의 자리바꿈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수출액 1위에 오르면 2011년 6월 이후 12년 만이다. 반도체를 앞서는 것도 2013년 1월 이후 10년 반 만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보지만, 감산이 본격화되며 물량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업황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수출입 현황

지역으로 보면 4월 대미(對美)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가전 호조에 힘입어 91억8000만달러를 기록, 4월 기준으로 2위에 올랐다. 반면 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26.5% 급감한 95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지난 1월 11억5000만달러에서 지난달 3억4000만달러로 크게 줄었다. 2003년 1월 이후 20년 동안 중국이 지켜온 지역 수출 1위 자리가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적자폭 축소는 긍정적…전망은 불투명

1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냈지만 적자 규모가 줄어든 건 그나마 긍정적이다. 무역적자는 지난 1월 125억달러에서 2월과 3월에는 53억달러, 46억달러로 감소했고, 4월에는 26억달러로 줄었다. 월간 무역 적자가 20억달러대를 나타내기는 작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무역 적자 확대의 원인이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결과다. 4월 원유(-30.1%)·가스(-15.5%)·석탄(-21.1%) 등 에너지 수입은 작년보다 25.8% 감소한 109억달러에 그치며 전체 수입도 10% 넘게 줄었다. 하지만 에너지 수입은 여전히 과거 10년 평균과 비교해선 19억달러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를 뺀 수입액도 반도체(-16%)·철강(-12.8%)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9.2% 줄었다.

수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4월 업종별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제품을 비롯해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 등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선박·일반기계를 제외한 12품목이 모두 감소했다. 지역별로도 EU(유럽연합)와 중동 수출이 9.9%, 30.7% 증가했지만 중국·아세안 등에선 20%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중국이 리오프닝을 하며 소비는 살아났지만, 현지 기업들은 아직 예전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름 이후 우리 수출에도 수혜가 기대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구체적인 회복 시점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