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갑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글로벌 주요 제약사 CEO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지난달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17일째 미국 출장을 지속중이다. 이 회장은 방미 경제 사절단 활동 외에도 글로벌 CEO들과 만나며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CEO들 5명을 집중 만났다.

이날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동부에서 존슨앤존슨·BMS·플래그십파이어·바이오젠·오가논의 CEO를 만났다. 호아킨 두아토(존슨앤존슨), 지오반니 카포리오(BMS), 누바 아페얀(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크리스토퍼 비에바허(바이오젠), 케빈 알리(오가논) CEO다. 이 회장은 이들 경영진과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협력 방안을 등을 논의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도 배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1년 11월 미국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본사를 찾아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났다./삼성 제공

◇이재용 “바이오는 제2의 반도체”

이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북미 법인 임직원들도 만나 현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과감하고 끈기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바이오 업계 리더들과 연쇄 회동을 한 것은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처음 밝힌 것은 2021년 8월이다. 당시 삼성은 3년간 240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명명했다. 앞서 지난 2010년 바이오·제약을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2011년 의약품 위탁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년 복제약(바이오시밀러) 개발 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해 바이오 사업을 본격 전개해왔다.

◇삼성, 바이오도 ‘압도적 글로벌 1위’ 지킨다

삼성은 진입 장벽이 높은 바이오 산업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약 10년만에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에 4공장 부분 가동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생산능력 1위에 도달한 것이다. 추가로 계획한 5공장(18만L 규모)이 완공되면 총 78.4만L의 생산능력으로 압도적 1위를 굳히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은 3조원, 영업이익은 9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1%, 83% 증가했다.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바이오캠퍼스 조감도./삼성바이오로직스

한편, 이재용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만난 기업들은 삼성의 주요 고객사이거나 삼성과 협력관계에 있던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다. 이들 회사와 더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 바이오 업계에서 탄탄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 산업은 생산 기술과 연구개발 역량은 물론 장기 협업을 위한 신뢰와 평판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존슨앤존슨(J&J)은 140여년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로 삼성의 주요 고객사다. BMS는 미국을 대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2013년 삼성과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삼성 바이오 사업의 첫 번째 고객이다. 삼성은 BMS와의 계약을 계기로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의 누바 아페얀 CEO는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로서, 모더나와 삼성은 mRNA 백신 생산 협력을 통해 글로벌 코로나 위기 극복에 함께 기여했다. 삼성과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은 유망 바이오 벤처 발굴·육성을 위한 협업도 함께 하고 있다. 삼성은 작년 8월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이 설립한 나노입자 기반 약물전달체 기업 ‘센다 바이오사이언스’에 1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당시 부회장)이 지난 2021년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삼성 제공

바이오젠은 신경질환 치료제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해 삼성의 바이오시 신사업 조기 안정화에 기여했다. 바이오젠은 작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삼성에 모두 매각한 이후에도 삼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럽지역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등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중이다.

오가논은 미국 제약사 머크(MSD)에서 분사한 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판매 파트너다. 삼성은 오가논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제품(렌플렉시스, 브렌시스, 온트루잔트, 에이빈시오 등)을 유럽과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7월부터는 미국 시장에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하드리마’(세계1위 의약품 ‘휴미라’의 복제약)를 새로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