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 대행 등 국내 경제 6단체장이 잇따라 들어왔다. 1박2일의 짧은 방한 일정을 잡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 경제인들을 만나 양국 간 경제 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만남에 기하라 세이지 내각관방 부장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등 관료들을 동석시켜 약 45분간 국내 경제인들을 만났다.
기시다 총리는 먼저 한일 관계에 대한 경제계의 공헌에 감사를 표하며 “일·한 경제 관계 발전에 있어 기탄없는 기대와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인들은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미래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자”는 뜻을 전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수립됐다”며 “배터리 핵심 광물 등 해외 자원 공동 개발, 희토류 같은 핵심 전략 물자의 공급망 협력, 수소 등 에너지 신기술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한국과 일본은 상호 중요한 경협 파트너로 미래를 향한 발전적 관계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총리가 온화하고 협력적으로 말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총리는 ‘기업들이 많이 나서 협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먼저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총리가) ‘정치적으로 좀 풀어야 양국 기업들이 활동하는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일본의 부품과 소재를 공급받아 우리가 완성품을 수출하면 서로 이익”이라고 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자리는 기시다 총리 측(주한일본대사관)이 주관한 것으로 총리가 직접 나서서 강한 경협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정부가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일본 기업들이 본격 교류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 같은 첨단 산업부터 금융·관광·예술에 이르기까지 일본과의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열 무협 회장은 이날 오후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 오는 10~11일 도쿄에서 한국 상품 전시회(K프로덕트 소비재전)를 주관한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대행도 10일 도쿄에서 게이단렌과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조성을 논의한다.
한일경제협회는 16일 서울에서 4년 만에 한일경제인회의를 열고, 한일 상의는 이달 말 회장단 회의를 부산에서 6년 만에 연다. 다음 달엔 대한상의와 일본 간사이 경제연합회가 ‘제1회 한일 비즈니스 전략 대화’를, 7월엔 전경련이 게이단렌과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을 서울에서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