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0일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 두번째부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칸 부디라지(Karn Budhiraj) 테슬라 부사장, 앤드류 바글리노(Andrew Baglino) 테슬라 CT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DSA 부사장. (맨 왼쪽은 삼성전자 현지 임원) /삼성전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0일(현지시각)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다. 이재용 회장이 일론 머스크를 개별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부터 22일간 역대 최장 출장을 통해 20여명의 글로벌 기업인을 만났는데, 마지막 일정이 바로 일론 머스크와의 만남이었다. 이 회장측의 요청으로 만남이 성사됐지만, 장소는 테슬라측에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북미법인(DSA)’으로 콕 찍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면서 협력해오고 있다. 테슬라는 대만 TSMC와도 반도체 협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재용 회장의 만남과 계기로 테슬라가 삼성전자와 협력 물량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생산 경험을 토대로 엔비디아, 모빌아이 등의 고성능 반도체 위탁 생산 주문을 따내는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가 테슬라와의 협력 확대로 파운드리 사업에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테슬라는 자체 인공지능 기술과 수퍼컴퓨터을 탑재한 완전자율주행차 뿐 아니라,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인 ‘테슬라 봇’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북미법인/삼성전자

이번 만남에는 칸 부디라지 테슬라 부사장, 앤드류 바글리노 테슬라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테슬라 주요 경영진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회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반도체 미주총괄(DSA) 사장도 참석했다.

또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미팅에 참석했다. 테슬라와 차세대 자동차 디스플레이 탑재를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6년까지 참석했던 글로벌 주요 기업인들의 사교 모임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일론 머스크를 종종 만난 적이 있다. 미국 아이다호 휴양지 선밸리에서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가 주관하는 이 모임을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4차례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회장은 머스크의 4차원적인 사고와 행동을 다소 낯설어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는 당시에도 화성 개척이나 완전자율주행 같은 목표를 제시했지만, 제대로 이뤄낸 것은 별로 없었을 때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테슬라를 세계 1위 전기차 회사로 키우고 스페이스X를 통해 NASA(미 항공우주국)를 대신해 우주선을 쏘아올리기까지 하며 ‘머스크 왕국’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이 이번 일론 머스크와의 만남을 통해, 머스크식 ‘문샷 씽킹’(moonshot thinking,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위해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고)에 공감하고 각종 차세대 기술 혁신과 협력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을 계기로 한 발언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이 미래의 삼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평소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해 오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자신만의 ‘문샷 비전’을 만들어 삼성을 대대적으로 변신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