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행보 막바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두 회사의 기업결합 관련 중간심사보고서를 발부하며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 시각)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두 항공사의 합병에 이의를 제기했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의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는 이와 더불어 한국과 유럽 전체의 화물 운송 부문에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봤다. 집행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의 여객·화물 운송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며 “합병 시 해당 노선에서 가장 큰 여객·화물 항공사가 되는데 소비자들의 중요한 대체 항공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심사보고서는 EU 집행위 심사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절차다. EU 반독점법에 위반하는 사안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관련 기업들에게 통보하는 과정으로 인수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EU는 지난 2월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2단계 심사(Phase 2)’를 진행하고 있고, 대한항공의 답변서 등을 종합해 8월3일 합병에 대한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통상적 절차”라며 우려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EU 집행위의 중간심사보고서 발행은 2단계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의거해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라며 “EU 집행위는 정해진 절차에 의해 보고서를 발부하되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경쟁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경쟁제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국내 항공사가 추가로 중복 노선 운수권과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일부를 넘기게 돼 국내 항공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아시아나의 인천~런던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영국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런던 히스로 공항에 주당 각각 10개와 7개 슬롯을 보유 중인데, 이 중 7개를 넘기게 된 것이다.

EU 또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해 대한항공 측이 또다른 운수권과 슬롯을 유럽 등 외항사에 넘겨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EU 지역에서도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시장 점유율이 60%(2019년 기준)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