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합병) 심사를 진행 중인 유럽연합(EU)이 중간 심사보고서에서 “두 항공사의 병합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두 항공사는 한국·영국·중국 등 11국에서 이미 합병을 승인받고 이제 일본·미국·EU의 승인만 남은 상태인데, 자칫 막바지 합병 과정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의 중간심사보고서를 내놨다. 집행위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과 유럽 전체의 화물 운송 부문도 경쟁이 제한될 우려를 제기했다. 집행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유럽 경제 지역과 한국 사이의 여객·화물 운송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며 “합병 시 해당 노선에서 가장 큰 여객·화물 항공사가 되는데 소비자들의 중요한 대체 항공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U는 대한항공의 답변서를 종합해 오는 8월 3일 최종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합병 심사를 위해 국내외 로펌과 자문사에 1000억원 이상을 쓴 데 이어, 조원태 회장 등이 직접 나서 해외 경쟁 당국과 관련 협의를 해왔다. 대한항공은 이날 “적극적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노선 운수권과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일부를 외항사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 항공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영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을 때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런던’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영국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런던 히스로 공항에 주당 각각 10개와 7개 슬롯을 보유 중인데, 이 중 7개를 넘기는 것이다. EU 지역에서도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시장 점유율이 60%(2019년 기준)를 넘는 만큼 합병 승인을 위해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유럽 등 외항사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