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보다 수입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처지는 한국의 교역 품목은 2022년 기준 약 70%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중 무역에서 수출 경쟁력 약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5월 초 인천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모습./뉴스1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활용해 2013년부터 작년까지 수출 품목의 무역특화지수(TSI)를 분석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무역특화지수는 특정 상품의 수출·수입 비교우위를 나타내는 통계로 –100~에서 +100까지 측정된다. -100으로 갈수록 수입특화 정도가 높고, +100으로 갈수록 수출특화가 높다. 100에 가까울수록 해당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된다.

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수입특화 품목은 전체 1216개 교역품목 중 815개(약 67%)였으나, 작년에는 1221개 중 846개(약 69%)로 31개 늘어나면서 분석 기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수출특화 품목은 같은 기간 401개(약 32%)에서 375개(약 30%)로 26개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을 기점으로 수출 경쟁력 약화는 한층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19년 대비 수입특화 품목이 19개 급증하고 수출특화 품목은 18개 급감했다. 전경련은 최근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가 심화한 것은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를 의미해 향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력 산업군으로 볼 수 있는 수출 상위 10대 품목을 대상으로 경쟁력 변화를 보면, 2013년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석유 등 광물성연료 등(-53.9) 1개였다. 그런데 광학·정밀·의료기기의 무역특화지수도 2013년 35.2에서 음수(-10.9)로 전환해 수입 특화 품목으로 바뀌었다. 나머지 8개 품목도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등 전기기기 △기계 △자동차 △선박 △유기화학품 등 절반이 넘는 5개 품목에서 무역특화지수가 감소하면서 비교우위의 정도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된 품목은 △플라스틱 △철강 △철강제품 등 3개에 그쳤다.

특히 중국 교역에서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중교역에서 무역특화지수가 음수인 수입특화 품목은 HS코드 4단위 기준 2013년 전체 1168개 중 773개로 60%대(66.2%)였으나, 2022년에는 1185개 중 918개로 증가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목 77.5%가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무역특화지수가 양수인 수출특화 품목은 같은 기간 295개에서 267개로 줄었다. 전체 교역품목 대비 비중도 33.8%에서 22.5%로 10.0%포인트 넘게 줄었다.

전경련은 현재 수입 특화 품목 중 첨단제품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특히 의약품(-71.8), 항공기·우주선(-60.5), 터보제트(-54.9), 반도체 제조용 기기(-42.6)는 글로벌 100대 수입 수요품이면서 첨단기술이 필요한 품목이지만 한국은 수입특화 상태로 분석됐다”며 “세계 수입 시장의 수요가 큰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