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自害)에 가까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해가 우리 눈앞에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탈원전 폐해가 지난 정부 임기에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당장 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천문학적 적자로 인한 부실로 가시화한 수십조원의 탈원전 청구서는 전기·가스 고지서에 요금 폭탄이 되어 국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는 앞으로 수년간 더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44조원을 웃도는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직접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요금 고지서에 반영되든, 세금으로 메우든 탈원전 비용은 결국 모든 국민이 두고두고 떠안아야 할 몫이다.
◇탈원전 대못 피해 계속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을 선언하고 탈원전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애초 운영 기간 연장을 추진했던 월성 1호기는 3년 앞선 2019년 12월 영구정지했다. 월성 1호기는 7000억원을 들여 설비를 교체하고 재가동에 들어간 상태였다.
건설 공정률이 28%를 넘어섰던 신고리 5·6호기(새울 3·4호기)도 공론화로 시간을 끌어 1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냈고, 부지 조성이 진행되던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을 취소했다.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에 지으려던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건설은 백지화됐다. 2023년부터 운영허가가 끝나는 고리 2호기를 비롯해 원전 10기는 더 오래 가동할 수 있는데도 연장 운전을 금지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한빛 4호기의 공극(틈) 문제는 미국 등 해외에선 원전을 가동하면서 보수하는 사안인데 5년 내내 가동을 막았고, 신한울 1·2호기 운영 허가도 통상 한두 차례 여는 본회의를 13회나 열며 1년 이상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신규 원전 건설 취소, 기존 원전 가동 연장 불가, 상업운전 허가 지연 등 탈원전 정책 곳곳에서 천문학적인 피해를 낸 것이다.
◇모든 비용 부담은 국민 몫
탈원전 정책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폐기됐지만, 탈원전의 폐해는 지난 정부 5년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문 정부는 원전의 위험성은 과장했지만, 탈원전을 하면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기가 많이 돌고, 국내에선 경제성이 떨어지는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커지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숨겼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으로 올해 한전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16일 kW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 8원 인상에 따라 줄어드는 한전의 적자 축소액은 약 2조6000억원이다. 가정·기업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인상분이 탈원전 피해와 비슷한 셈이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한전 입장에서 탈원전은 11명이 뛰는 축구에서 2~3명을 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적자가 날 수밖에 없도록 구조적인 문제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LNG 장기 계약이 많은 우리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파이프로 받는 유럽보다 에너지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지만 탈원전 때문에 그 같은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며 “지난 정부는 에너지 안보나 정책 추진에 따른 비용은 깡그리 무시하고 정치적인 이념만 앞세우면서 국민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