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으로 불리는 ‘갓생 한끼’ 행사를 25일 오전 11시반부터 오후 1시까지 전경련회관 47층에서 열었다. 재능 기부 계획서를 낸 MZ 청년 30명을 선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개그맨 노홍철(노홍철천재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와 햄버거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미국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주관하는 버핏과의 점심은 거액의 돈을 내고 버핏으로부터 투자와 경제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식사라면, 전경련이 기획한 ‘갓생 한끼’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 회장과 벤처 기업인, 그리고 연예인 출신 사업가가 젊은층과 직접 만나 지혜를 들려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전경련은 젊은 세대에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이 행사를 마련했다.
이 날 주제는 ‘꿈을 위한 갓생(God生) 그리고 불굴(不屈, Tenacity)’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1부 행사에선 정의선 회장 등이 MZ들을 만난 소감과 출연 결심 이유, 평소 갓생 일과, 지금의 꿈과 계획, 최근 실천한 갓생, 마음 건강 관리 방법 등에 대해 소개했다. 2부 행사에서는 3명의 리더와 각 그룹별 10명의 참석자들이 함께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수제햄버거는 전경련회관 50층에 입점해있는 레스토랑 ‘세상의 모든아침’에 의뢰해 특별 주문 제작했다고 한다.
3명의 방은 각기 다른 컨셉으로 꾸며졌다. 정의선 회장은 네모난 테이블에 ‘드림랩’이란 테마로 연구실 분위기로 꾸몄고, 여행을 좋아하는 박재욱 대표 방은 ‘블루로드’라는 이름의 방으로 캠핑 현장처럼 꾸며졌다. 개그맨 노홍철씨의 방은 그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가게 ‘홍철 동산’의 모습을 재현했다.
전경련에 이번 행사에 참가를 신청한 MZ는 총 1200여명으로, 노홍철씨의 인스타그램으로 직접 신청한 MZ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PPT는 물론이고,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기 위해 자전거타기, 댄스 등 동영상을 찍어 보냈다. 전경련 관계자는 “거의 ‘입사지원서’ 수준이었다. 떨어뜨리기 미안한 신청자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선발된 MZ들은 다양한 재능 기부를 이미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을 세운 청년들이다. 일본어·수학·과학 등 분야별 점자를 익혀 시각장애인 학습교재를 제작하는 봉사에 참여중인 24세 여성 취업준비생, SNS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상공인에게 가게 브랜딩을 돕겠다는 24세 여성 사회초년생,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터뷰 단편 다큐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26세 남성 직장인, 무용과 전공을 살려 춤을 배우고 싶은데 돈이 없는 10~20대를 대상으로 K팝 무료 댄스 강의를 해온 24세 여대생, 수도권 60~70대에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22세 스타트업 대표 등이다.
이날 1부 행사에서 정의선 회장은 “저는 사실 여러분 나이와 비슷한 자녀가 있다. 그래서 저희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 술도 한잔하고 얘기하고 그래서 낯설지 않다”며 “회사에서도 직원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편이고 가끔 대학도 가서 얘기하고 그래서 아주 기대가 된다. 오늘 많이 듣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를 묻자 “출장 갈 때 빼고는 여기 있으면 주로 저는 좀 일찍 잔다. 9시 반에 자서 5시쯤 일어난다. 그리고 출근은 6시 반쯤 하고 일을 하다가 오전에는 주로 회사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주로 현장 같은 데 가거나 사람 만나서 얘기를 듣는다. 하루에 세 끼 먹고 아침밥은 조금 먹는 편”이라고 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갓생’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갓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이 원하는 가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집중하는 게 갓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를 마치고 나온 참가자들은 모두 “인생의 분기점이 될만한 시간이었다.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는 백지연씨는 “C레벨들의 지시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상사가 어떤 생각으로 왜 그 지시를 했는지 생각해보라’고 답해주셨다”며 “소탈하고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볼트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화준(33)씨는 “볼트를 만들면서 어떻게 보람을 찾아야 하느냐고 묻자, 정 회장은 ‘어떤 경험이든 소중하다. 같은 경험을 해본 선배들을 많이 만나보라”라면서 “아는 볼트 업체 사장님을 소개해주겠다’고 하셔서 말씀만으로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석자에 따르면, 누군가가 살면서 힘들때가 언제였냐고 묻자 정 회장은 “기아차 인수 때 힘들었다.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극복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재욱 대표 방에 있었던 서지연씨는 “성공에 이르는 과정의 90%는 고난과 역경, 경쟁의 연속이라고 말해주셨다”며 “실패를 많이 해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창업에 관심이 많아 박재욱 대표를 만난 김규범씨도 “고난을 어떤 멘탈로 극복해야하느냐는 질문에 ‘간절함’과 ‘내 식구를 먹여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티셨다고 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노홍철씨 방에 있었다는 박건욱씨는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라는 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석자에 따르면, 연기자인 참석자가 “오디션할 때 어떻게 감독이나 피디 신경을 안 거스를 수 있느냐”고 물었고, 노홍철씨는 “나는 오히려 최대한 말을 길게해서 편집을 힘들게 했다. 처음에는 PD도 짜증을 냈지만 결국 기억에 더 남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염남규(31)씨는 “살아가는데 고난이 닥칠 때 이 행사가 생각날 것 같다”며 “내 인생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하반기에도 다른 인사를 초청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