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인천대학교가 올해 국립화 10주년을 맞았다. 인천대는 1979년 인천공과대학으로 개교한 뒤 1994년 사학 비리와 민주화 운동의 여파로 시립대학으로 전환됐고, 2013년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립대학으로 전환됐다. 국립대 전환 과정에서 인천 시민들의 전폭적 지지와 지원을 받았던 만큼,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지역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가장 중요한 현안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이다.
◇병원은 있어도 의사는 부족
코로나 팬데믹 시기 공공 병원은 입원 환자의 80% 이상을 감당했다. 시민들은 공공 병원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지만 여전히 공공 병원은 의료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 병원인 인천의료원의 인공신장실은 담당 전문의가 없어 작년 3월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인천적십자병원도 지난해 10월 응급실을 다시 개소하면서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마취과 담당의가 1명뿐인 상황이라 응급 수술이 가능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1월 한 시민 단체는 ‘지역 의료격차 실태조사’를 통해 인천·전남·경북을 의사와 공공 병원이 모두 부족하고 사망률이 높은 ‘최악의 의료 취약지’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들 지역에 공공 의대를 신설하고,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에서 300병상 이상 공공 병원은 인천의료원이 유일하지만 현재 의사 부족으로 일부 과목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인천은 전국 국립대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고, 섬 지역이 많아 의료 체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대 관계자는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는 것은 응급진료·분만·외상치료·고위험환자 관리 같은 상시적 의료 체계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대가 추진하는 공공 의대는 감염병 예방과 치료, 응급, 중증 외상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인력 양성을 핵심 목표로 한다. 국제 공항이 있어 감염병 차단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인천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연구와 백신 개발에 전문화된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또 바이오 산업의 메카인 송도에서 관련 산업과 연계해 국산 백신 개발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인천,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당해”
인천대는 그동안 공공 의대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면서 14만6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올 초에는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범시민 협의회(이하 범시민협의회)’가 결성됐고, 여기엔 인천사랑시민운동협의회·인천경실련·인천평화복지연대 등 3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범시민협의회는 지난달 김교흥 국회의원, 허식 인천시의회의장과 함께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구 300만명 규모의 전국 3대 도시이자 공항과 항만을 모두 갖춘 인천의 국립대에 의대가 없다”며 “감염병 초기 대응과 필수 의료 확보를 위해 공공 의대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쓰레기 매립지·화력발전소·LNG(액화천연가스) 기지를 모두 떠안은 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감내해 왔다”며 “300만 인천 시민의 희생을 요구해온 역차별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인천광역시의회에선 장성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촉구결의안’이 채택됐다.
최근 인천광역시는 기획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지원 TF’를 구성하고, 지난 9일 범시민협의회 주최로 열린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시민 서명 캠페인 선포식’에도 참여했다. 인천대 송도 캠퍼스에서 대학 축제 기간 중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학생과 시민 1000여 명이 모였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황규철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장, 이종일 인천경실련 공동대표, 김의식 인천광역시새마을회장, 강주수 인천평화복지연대 상임대표, 박종태 인천대 총장 등 범시민협의회 공동대표들도 참석했다. 범시민협의회는 올해 국회 토론회, 인천대 공공의대·인천의료원의 상생 발전 토론회, 인천대 공공의대 타당성 연구 및 보고회를 갖고 11월 인천 시민의 뜻이 담긴 서명지를 국회·정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