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발생한 항공기 문 열림 사고에서 사람들이 가장 의아했던 점은 ‘어떻게 비행 중에 출입문이 열릴 수 있었느냐’다.
비행기 출입문은 기체 내 화재 발생 또는 폭발 위험과 같은 상황으로 비상 착륙을 했을 때 승객들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승객들은 출입문을 열고 펼쳐진 슬라이드를 타고 바다나 지상으로 탈출한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출입문 앞 좌석은 비상시 승무원을 도울 수 있는 ‘건강한 성인’만 탑승할 수 있다. 여기에 앉는 승객은 이륙 전 승무원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짐도 반드시 좌석 위 선반에 넣어야 한다. 승객은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서만 출입문을 조작할 수 있는데, 위반 시 항공보안법 제46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아나 여객기는 출입문 손잡이에 씌워진 플라스틱 커버를 열고, 손잡이를 돌리면 몇 초 만에 문이 열리는 구조다. 항공기 기종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손잡이를 돌리거나, 문을 앞으로 잡아당기는 등의 간편한 절차를 통해 출입구를 수동 개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고도 이상에서 운항 중인 항공기의 출입문을 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행기 밖 대기압과 기내 압력 차이가 커 사람의 힘으로 출입문을 밀어도 열리지 않는다. 순항 고도인 약 3만 피트(약 9㎞) 상공에서 대기압은 지상의 25% 수준이고, 기내에선 시스템상으로 지상에서와 같은 기압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비행 고도가 약 1000피트(약 300m)까지 낮아지면 기체 안과 밖의 기압 차가 줄어들어 개문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도 출입문이 한 번에 바로 열리지 않고 서서히 열린다. 이날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는 착륙 2~3분 전 약 820피트(약 250m) 상공에서 벌어진 것이다.
일각에선 기장이나 승무원만 출입문을 열 수 있도록 별도 장치를 달거나, 항공기가 완전히 착륙했을 때만 개문이 가능하도록 잠금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선 “이렇게 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화재 등으로 조종실이 손상되거나, 기체 결함으로 기장·승무원이 별도 잠금장치를 풀지 못해 승객들이 출입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