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각종 노동 이슈를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첨예한 하투(夏鬪)가 이어질 전망이다. 본래 하투는 노동계의 대표적인 ‘투쟁 시즌’이 여름이라는 데서 착안한 단어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최저임금, 노조법 제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등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각종 사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 만큼 경영계 역시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는 분위기다.
◇최저임금 두고 달아오르는 전선… “1만2000원” 대 “동결해야”
대표적인 사안으로는 6~7월 중으로 결정될 최저임금이 있다. 현재 이를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 전원회의가 개최되고 있지만, 지난달 18일 예정됐던 첫 번째 회의가 민주노총의 회의장 내 시위로 무산되면서 지연되는 등 올해도 결정이 쉽지 않을 분위기다. 노동계는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9620원)보다 24.7% 오른 1만2000원까지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업계 차등화를 이번에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지난 23일 프레스클럽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를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취업자증가율 등의 수치를 활용해 1만81원으로 전망했다. 발표에 나선 최세경 중기연구원 정책컨설팅센터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이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주 15시간 이내의 초단기 근로자가 2017년 96만명에서 2022년 157만7000명으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가 2018년 398만7000명에서 2022년 426만7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고용 여력과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없는 소상공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25일 세종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 회부가 결정된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경영계는 이례적으로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부의가 의결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즉각 논평을 발표해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체계 심사마저 무력화시키며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는 지금이라도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재앙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경총은 25일에도 노란봉투법 통과를 우려하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건설협회, 한국해운협회 등 30개 주요 업종별 단체들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中企 “회사 이직하겠다고 태업하는 외국인 근절해야”
외국인 노동자의 잦은 사업장 변경 역시 중소기업계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주요 이슈다. E-9 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불가피한 사유가 없으면 이직이 불가능해, 고용주가 근로계약을 해지해야만 이직할 수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로 자체 네트워크를 형성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편한 근무 환경이나 친구가 있는 다른 기업을 찾아 이직하기 위해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태업이나 꾀병을 일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첫 직장에서 1년 미만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가 전체의 42.3%에 달했다.
중소기업계는 이에 따라 사업장 변경을 원천적으로 불허하거나, 불가피한 사유라도 이직을 허용하는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다음달 1일 이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에 태업 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사실관계를 검토해 분쟁이 발생했을 시 조정하는 기능을 도입하거나, 입국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등의 대안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