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서 미용실을 하는 김모(55)씨는 다음 달 10일 20년간 운영해 온 미용실을 폐업할 예정이다. 손님이 계속 주는 데다 난방비·전기요금 등 공공 요금은 인상되고 대출 금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코로나 때는 정부 지원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 지원도 없고 1000만원 정도 있는 대출금 금리는 연 18%까지 올랐다”며 “직원 인건비조차 벌지 못하는 형편이 돼서 이제는 가게를 접으려고 한다”고 했다.

고금리와 공공 요금 인상, 물가 상승의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폐업을 택한 자영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의 올해 1~4월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와 액수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기간 지급된 폐업 공제금은 4539억원으로, 벌써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전체 지급액(968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지급 건수 역시 3만914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3% 증가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단되는 등 경기가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일선 자영업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란우산공제는 중기중앙회가 자영업자나 소기업인 등이 폐업할 때 퇴직금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2007년부터 운영해온 공제 제도다. 폐업 공제금 지급과 액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폐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코로나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지원하던 대출금 상환 유예 역시 오는 9월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엔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란우산공제에 따르면 월별 폐업 추이도 심상찮다. 지난 1월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1만1098건, 지원 액수는 1443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였다. 2월엔 9735건, 3월엔 9774건의 폐업 공제금 지급이 신청돼 각각 1080억원, 1062억원이 지급됐다. 3개월 연속 1000억원을 돌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리 인상 및 고물가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코로나 때는 손실 보상금 등 정부의 공적 지원과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가 오랫동안 이어져 자영업자들이 숨 쉴 공간이 있었다”며 “지금은 정부 지원과 저금리 기간이 끝난 데다, 물가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이 떨어지면서 매출이 더욱 하락한 결과”라고 했다. 2020년 5월부터 0.5% 선에서 유지됐던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현재 3.5%까지 인상돼 있다.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의 주요 지표인 고용 여력 역시 점차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용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6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는 9월 이후에는 코로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상환 유예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9월 이들에 대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2023년 9월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한 연장 조치가 벌써 5번째였기 때문에, 오는 9월에 다시 상환 유예 조치가 연장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상환 유예가 연장되지 않으면 자영업자 폐업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