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친구가 있는 안산으로 이직하겠다고 해 안 된다고 했더니 태업(怠業)하더라. 결국엔 지난달 29일 도망가버렸다.”
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가진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실태’ 토론회에 참석한 이모(주물 공장 경영)씨가 “외국인 근로자 근무 행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 말이다.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일이 좀 더 편하거나 친구가 있는 기업으로 옮겨가기 위해 태업과 무단결근을 일삼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 고충이 크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원칙적으로 처음 배정된 기업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지만, 고용주가 동의해 근로 계약을 해지하면 체류 기간 3년간 최대 세 차례 이직할 수 있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외국인 고용 경험이 있는 500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응답 기업 68%가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사업장 변경을 위한 계약 해지 요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 해지를 요구한 시점은 입국 후 1~3개월이 25.9%로 가장 많았다. 계약 해지를 요구받은 중소기업의 96.8%는 실제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다. 계약 해지를 거절하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태업(33.3%), 꾀병(27.1%), 무단결근(25.0%) 등으로 대응해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제 발표를 맡은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용자 귀책이 아닌 경우 초기 일정 기간은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분쟁 조정 기구 마련과 장기 근속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구인·구직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정보 제공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