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동통신 사업자 후보로 쿠팡과 KB국민은행, 토스 앱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떠오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이달 말로 예정된 제4 이통 사업자 모집 공고를 앞두고 주무 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잠재 후보 기업들과 직접 접촉해 참여 검토를 요청했다”며 “정부 입장에서 제4 이통으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라고 밝혔다. 본지 취재 결과, 정부가 제4 이통 잠재 후보로 꼽은 주요 기업은 쿠팡과 KB국민은행, 비바리퍼블리카다.

올 초부터 현 정부는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 이통 사업자를 발굴·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로부터 회수한 28GHz(기가헤르츠) 대역의 5G 주파수를 제4 이통용으로 쓰겠다는 방침을 1월 말 내놓은 데 이어, 이달 말 해당 주파수 할당 공고를 통해 제4 이통 사업자 모집 절차에 들어가기로 한 상태다. 이후 지원 기업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실시해 늦어도 12월까지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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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쿠팡·KB국민·토스 접촉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 이유는 통신 3사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전국 곳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해야 하는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한편, 최소한의 영업 조직으로도 온라인상에서 통신 3사와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쿠팡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운영하는 점도 제4 이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OTT 이용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통신 3사 역시 OTT와 제휴를 맺고 OTT 요금와 통신 요금을 합친 팩키지 상품으로 가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쿠팡도 쿠팡플레이를 활용해 통신 3사에 뒤지지 않는 OTT-통신 결합 요금제를 출시해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KB국민은행과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미 알뜰폰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제4 이통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큰 무리 없이 이동통신 시장 연착륙이 가능할 뿐 아니라,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로 통신 3사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2019년 말 금융권 최초로 알뜰폰 ‘리브엠’을 시작한 KB국민은행은 소비자단체 컨슈머인사이트가 반기별로 실시하는 ‘이통 서비스 만족도 조사’(3만5000여 명 대상)에서 2021년 하반기와 지난해 상·하반기 연속으로 통신 3사를 제치는 등 이미 브랜드 인지도까지 확보한 상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알뜰폰 ‘토스모바일’ 론칭 시점이 올 1월 말로 짧지만, 누적 가입자 2200만명에 달하는 토스 앱과의 연계가 강점으로 꼽힌다. 토스 앱으로 알뜰폰 가입 신청부터 스마트폰 개통에 필요한 유심(가입자 전화번호 정보가 담긴 칩) 배송까지 다 진행이 가능하다.

◇수익 모델 확보가 관건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제4이통을 반드시 도입하기 위해 모집 공고를 내기 전부터 성공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리 참여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통신 업계에선 “아무리 정부가 지원을 약속하더라도 기업들 입장에선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은 통신 3사와 경쟁하며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망 구축 등 인프라에도 막대한 투자비를 써야 하는 만큼 쉽게 도전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로부터 참여 권유를 받은 잠재 후보 기업들 역시 제4 이통 도전 여부를 확정 못 하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가 제4 이통을 위해 내놓은 주파수(5G 28GHz 대역)는 아직까지 제대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나 고도화된 증강현실(AR) 서비스에 특화된 용도여서 기존 통신 3사도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80%를 휠씬 넘는 통신 3사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하면서 통신 3사에 이전보다 저렴한 중간요금제와 청년·어르신 요금제를 잇따라 출시토록 유도한 것도 제4 이통 잠재 후보 기업들엔 적지 않은 부담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