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벗어나 선진 시장을 개척해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배터리 산업이지만, 여전히 대부분 핵심 소재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미국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2025년부터 중국산 배터리 핵심 소재 사용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흑연·전구체 같은 소재에서 돌파구를 찾아가며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9일 호주 블랙록마이닝 자회사로부터 탄자니아 천연 흑연을 25년간 총 75만t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은 배터리 음극재의 주재료인 천연 흑연을 지난해 4만8000t 수입했는데 이 중 96%가 중국에서 왔다.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2위의 천연 흑연 광산인 탄자니아에서 연평균 3만t이 공급되면, 중국 의존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의 자체 생산도 시도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연간 30만t의 리튬을 자체 생산, 글로벌 3대 리튬 회사가 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리튬 상당 부분이 확보될 전망이다.

국내 2위 양극재 생산 기업 LG화학은 양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을 2028년까지 각각 65%, 50% 자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에는 북미산 리튬 광석을 올해부터 4년간 연간 5만t씩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기차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니켈도 중국 밖에서 제련하기 위한 투자가 활발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LX·포스코·화유코발트 컨소시엄은 니켈 매장량 세계 1위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15만t의 규모의 니켈 제련소를 짓고 있다. 전기차 300만대 탑재가 가능한 규모다. 이와 별도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100만대 규모의 니켈 제련공장을 신설 중이고, 광양에서도 50만대 규모 제련소를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또 폐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뽑아내는 배터리 재활용이 본격화되면 자급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는 “자체적으로 소재를 확보한다면 기술적 우위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