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회사 측 변호인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고양시의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 첫 번째 판결이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의 핵심 기준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처벌대상은 대표이사가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어 ‘안전보건 최고 책임자(CSO)’를 두고 있더라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7일 대한상의의 ‘중대재해처벌법 주요 기소·선고 사례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34건의 사건 중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 위반사건이28건(82.4%)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4조 제 3호는 위험성평가 및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 내용이다.

‘위험성평가’는 기업이 스스로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그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를 추정·결정해 감소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상의는 “그간 기소사건을 분석한 결과, 중대재해 수사과정에서 위험성평가 여부를 중심으로 범죄성립 여부가 논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철저한 위험성평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위험성평가와 관련한 수사 중점사항으로는 △사고발생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 여부, △위험성평가 외 유해위험요인 파악절차 마련 유무, △경영책임자에 의한 점검 및 필요조치 적정성 등이 꼽혔다. 상의는 “기업들은 필수적으로 위험성평가 절차를 사전에 구비하고, 위험성평가가 누락되는 작업이 없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련 기록도 철저히 보존해 혹시 모를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2024년부터 5인 이상 49인 이하의 소기업에도 법이 적용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위험성평가 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이를 외부기관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위험성평가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에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적극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 위반시 ‘대표이사’가 주로 처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처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현재까지의 사건들을 보면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있더라도 대표이사를 의무이행주체로 보고 적극 수사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그룹오너(회장)까지 책임범위를 확대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특히 ①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작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안전보건 업무에 관하여 단순히 보고받는 정도를 넘어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에게 안전보건 업무 등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리는 등 실질적·최종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경우 ②계열사의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임명되어 있더라도 안전보건에 대한 실질적·최종적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③ 그룹이 수직계열화 되어 있고, 계열사의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필요성이 매우 컸으며, 실제로 각종 정기보고와 지시를 통하여 주요사항을 결정한 경우 회장까지 책임이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의 법률자문을 담당한 김성주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비추어 적극적인 안전조치는 주체에 관계없이 장려되어야 하고 이는 불리하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며 “불합리한 수사경향 때문에 경영책임자로 평가받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과 관련 보고도 받지 않고 지시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8일 회원사들을 상대로 이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